4번 환자, 접촉자 분류되지 않아 격리 없이 활동…이미 전파됐다면 수도권 유행 번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국내 1~2번 확진자인 40대 부부의 허위 진술에 엿새간 ‘방역 구멍’이 발생했다.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번 환자(남편)와 2번 환자(부인)는 10월 28일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한 뒤 나이지리아를 방문 후 지난달 24일 입국했다. 이들은 선교활동을 위해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후 2번 환자의 지인인 4번 환자(30대, 외국인)가 공항에서 자택까지 이동을 도왔다. 하루 뒤 1~2번 환자는 코로나19에 확진·격리됐다.
하지만 1~2번 환자의 밀접접촉자인 4번 환자는 격리대상에서 제외됐다. 역학조사에서 1~2번 환자가 방역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진술해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4번 환자는 격리되지 않은 상태로 거주지인 인천 일대를 돌아다녔다. 28일에는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는 제보가 인천 미추홀구에 접수됐다. 당일 예배 참석자는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번 환자가 격리된 건 1~2번 환자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접하고 검사받아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29일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4번 환자의 접촉자는 39명인데,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수백 명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2번 환자의 접촉자 중 확진자는 부인(5번)과 장모(6번), 지인(7번)이다. 이들 모두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4번 환자의 확진과 함께 격리돼 접촉자는 제한적이다.
관건은 지역사회 유행 여부다. 일반적인 코로나19 잠복기(5~7일)를 고려할 때 4번 환자가 격리 전 전파력을 가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4번 환자가 예배에 실제로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전파가 이뤄졌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인천은 서울·경기와 생활권이 겹쳐 지역 간 이동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4번 환자로부터 전파가 이뤄졌다면, 이는 삽시간에 수도권 전역의 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 1~2번 환자의 진술 하나에 방역체계가 통째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4번 환자의 접촉자들이 모두 확인·관리돼도 문제는 남는다. 1~2번 환자의 오미크론 확진 사례가 제3국을 통한 오미크론 유입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는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돼 격리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미크론 발생·인접국이 아닌 제3국에서 감염된 뒤, 국내에서 미확진 상태로 관리가 종료된 감염원이 존재한다면 이미 지역사회에서 오미크론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 1~2번 환자는 다행스럽게도 관리가 종료되기 전 확진된 경우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국내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접촉자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청장)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는 접종 완료자도 예외 없이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격리기간도 현행 10일에서 14일로 연장해 관찰하도록 하겠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확진자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입원시켜 격리를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