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상임위 통과, 여야 이견 없어 본 회의 통과 가능성 높아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이른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2일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으면서 관련 업계가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여야 이견이 없어 본 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각에선 법안이 상법상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재벌 승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벤처기업법’(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는 잇따라 논평을 내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벤처기업협회는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돼 유니콘 기업을 넘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스포도 “복수의결권의 발행 요건과 존속 기간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업자와 주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성장 경로가 마련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창업주에게 1주당 2~10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IPO 이후에도 창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함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창업이 활발한 국가에서 이미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벤처ㆍ스타트업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해달라 꾸준히 촉구해왔다. 특히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주된 이유가 복수의결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요구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쿠팡Inc(쿠팡 모회사) 보유 지분이 10.2%에 불과했던 김범석 쿠팡 의장은 미국의 차등의결권 제도를 이용해 의결권 76.7%를 확보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월 “경영권 부담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겠다”며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 단체는 여전히 우려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정신 의원 역시 법안이 재벌 상속 등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2일 산자중기위 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러 단서 조항을 담았다. 복수의결권을 상속ㆍ양도할 시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했고, 감사의 선임·해임, 이사의 보수, 이익 배당 등의 안건에는 복수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기업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이 될 경우 보통주로 주식을 전환하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 조항에도 시민 사회는 여전히 법안의 우려점과 관련 쟁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창업주 의결권은 무의결권 주식을 더 발행하면 보호가 되는 상황인데도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통해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상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장 후 3년의 유효기간을 주고 복수 의결권 효력이 사라지는 내용이 담겼는데, 앞으로 복수의결권을 다른 기업에 확대 적용하거나 해당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처음부터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입법을 만들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