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07조 超슈퍼 예산, 나랏빚 1000조의 악순환

입력 2021-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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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3일 본회의에서 607조7000억 원의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안(604조4000억 원)보다 3조3000억 원 늘었고, 올해 본예산에 비해 총지출이 49조7000억 원(8.9%)증가한 초(超)슈퍼 규모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으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돌파한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경제충격 완화와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크다. 팽창예산의 명분이고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심성 예산으로 정부안보다 늘린 내용은 설득력이 없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만 더 커지고 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요구한 지역화폐 발행액이 정부안 6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불어 국비 지원이 6053억 원으로 3650억 원가량 증액됐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도 2조 원 이상 늘어났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민원으로 불요불급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가 4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국방예산은 6000억 원, 국가연구개발(R&D) 예산이 300억 원 감액됐다.

내년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08조4000억 원 많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00조5000억 원이었던 본예산이 5년 동안 51.7% 증가하고 나랏빚 또한 660조2000억 원에서 61.2%나 불어나는 것이다. GDP 대비 채무비율은 36%에서 5년 만에 50%로 가파르게 치솟는다. 거듭된 확장재정과,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반복된 탓이다.

문제는 내년 상황이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경제가 다시 가라앉을 우려가 크다. 새 정부도 출범한다. 공약 이행과 코로나 피해 구제를 빌미로 추경부터 편성해 지출을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에 그동안 돈을 풀어 왔던 선진국들은 재정긴축에 들어갔다. 미국은 올해보다 17.1% 줄어든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고, 독일도 19.1%, 프랑스는 8.1% 줄였다. 그러나 우리는 무리한 팽창재정에 적자국채 발행으로 나랏빚만 계속 늘린다.

재정의 안전장치인 재정준칙 법제화도 뒷전이다. 정부는 2023년 이후 경제회복에 맞춰 총지출 증가율을 하향조정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 그동안 매년 8∼9%씩 예산을 늘려 빚만 눈덩이처럼 불려 놓고, 다음 정부에 긴축하라는 요구는 먹히기 어렵다. 지나치게 빠른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의 최대 걸림돌이자, 국가신용등급 하락 요인이다. 빚을 늘리지 않으려면 계속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부실 재정은 결국 경제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민생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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