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상품시장도 부진
미국, 다시 코로나19 악몽 빠져…오미크론 이름 붙이기도 전에 상륙
골드만삭스 미국 성장률 전망 3.8%로 하향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오미크론 출현이 처음 보고된 11월 24일 이후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약 3조7000억 달러(약 4379조 원) 증발했다. 그간 경제 정상화 수혜가 기대되는 항공사와 호텔을 비롯한 여행주와 원유 등 원자재 관련주가 오미크론 출현 소식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급락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세계 항공업종의 주가 움직임을 반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US 글로벌 제트’ 가격은 일주일 만에 9% 하락해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미크론 출현 전까지 급등했던 상품시장도 변동성이 커졌다. 주요 국제유가 지표 중 하나인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오미크론 우려가 강해진 11월 26일 13% 폭락하고 이달 2일에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62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8월 말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오미크론 등장 직전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증시와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던 유럽증시 변동성도 급격하게 커졌다. 지난주 두 지역의 시총이 한때 하루 새 4~5%가량 줄어드는 장면도 연출됐다.
오미크론 확산세도 매섭다. 4일 기준으로 미국 내 최소 16개 주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오미크론이 공식 이름이 붙여지기 전에 이미 상륙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미국의 두 번째 오미크론 확진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받은 날이 지난달 23일이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변이(B.1.1.529)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한 날(11월 26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HO에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보고한 날(11월 24일)을 모두 앞선 시점이다.
물론 시장에 우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강하지만 감염 이후 증상이 경증인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 위험도가 아직 델타 변이보다 덜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시장의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오미크론 확산 방지를 위한 여행 제한과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정상화 등이 맞물려 자칫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듯 골드만삭스는 4일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