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검은 후드티에 운동화를 신고 청년들을 만났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빨간 후드티를 입고 부산 서면에서 공동 유세에 나섰다. 윤 후보에 이어 이 후보까지 후드티 차림으로 유권자들을 만나자 젊은 층에 익숙한 ‘후드티’가 대선의 드레스코드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정치인들의 후드티 차림은 이번 대선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은 아니다. 해외에서 마크 저커버크 메타 플랫폼(구 페이스북) CEO가 후드티를 즐겨 입는 등 후드티는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아이템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3월에는 천호선 당시 정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기 당대회 식전행사에서 노란색 후드티를 입고 등장해 심상정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와 힙합 음악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천 대표의 후드티는 정의당의 지지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 유권자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했다.
2012년 10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청년층이 주최한 행사에 흰색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고 왔다. 평소 정장 차림에 익숙하지만 청년층에게 젊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전략적인 의상 선택이었다.
이처럼 후드티는 청년층과 만날 때, 젊은 유권자를 공략할 때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옷이 돼왔다. 젊은 층에 익숙한 옷을 입고 젊은 이미지를 통해 구태정치를 벗겠다는 의도가 담긴 전략적인 복장인 것이다.
하지만 후드티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치인이 청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등 정치적 철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청년 공약을 살펴보면 이 후보는 19~29세 청년 대상 연 200만 원 기본소득·장기 저리 1000만 원 기본대출·기본주택 청년 우선 할당·공공기관 면접 수당 지원 등을 공약했다. 윤 후보의 경우 저소득 청년 월 50만 원씩 최장 8개월 지원·무주택 청년 원가주택 공급·청년 무주택자 LTV 80%·입시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정책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청년층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고, 주거를 안정화하기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부분에선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또 두 후보는 모두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이 후보)·양성평등가족부(윤 후보)로 개편한다고 공약하는 등 젊은 남성을 잡기 위한 공약도 제시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청년 정책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서는 비판이 나온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는 지난달 반(反) 페미니즘 논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이에 대해 “2030 남성과 여성들을 갈라쳐서 2030 남성들 표 얻으려고 한다”며 “지난 대선 때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상식이었다. 불과 5년 후인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퇴행적인 발언을 용인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최근 “대통령이 되면 청년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후보 직속으로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청년위)’를 출범하고 당선될 경우 모든 정부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강민진 정의당 대표는 1일 자신의 SNS에 윤 후보가 모집 중인 청년보좌역 지원서에 학력 등 스펙을 기재하고, 얼굴 사진을 부착하게 돼 있다며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된지가 언제인데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나요”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