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14일 올해 1월부터 이달 5일까지 매독 감염자를 집계한 결과 7134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최다 감염자가 나온 해는 7007명이 나온 2018년이었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으로, 주로 성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간혹 매독 보균자인 산모로부터 태아에게 전파되는 선천성 매독 감염 사례도 있다.
증상은 생식기뿐만 아니라 손바닥, 발바닥 등 인체에 발진이 나타나고, 발열과 인후통, 두통, 근육통 등 전신에 나타난다. 심해지면 중추신경계, 심장, 눈, 간, 뼈, 관절, 대혈관 등 내부 장기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해 신체 기능 손실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과거 매독은 치료나 예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흔한 질병이었으나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개발된 이후로는 치료할 수 있어져 감염자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콘돔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감염 사례가 크게 줄어 예방도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매독 감염자 수가 급작스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일본 보건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매독 감염자 수가 44년 만에 5000명을 돌파하자 국립감염증연구소는 “해외 선진국에서 보고된 적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17년 이후 일본 내 매독 감염자 수는 매해 500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7~2018년경 매독 감염자 수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을 때 일각에서는 이성 간의 성접촉이 많아지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야후재팬 의료 칼럼니스트 이치카와 마모루는 특히 여성을 매개로 남성이 감염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젊은 여성을 콕 집어 예방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인 접촉이 줄어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도 매독 감염세가 줄지 않자 일각에서는 성매매 업계 활황과 데이팅 앱을 통한 불특정 다수와의 성접촉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이성간 만남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데이팅 앱이나 성매매를 통해 이를 충족하는 경향이 매독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매독을 예방할 수 있는 콘돔 사용이 줄어든 것도 매독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본 시사 평론가 신보 지로는 “과거에는 에이즈(AIDZ, 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경각심 때문에 콘돔 사용이 일반화됐으나, 치료약 개발로 ‘에이즈는 죽는 병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겨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성매매 업종도 생긴 곳이 있는 것 같다”고 콘돔 비사용으로 인한 매독 감염을 경고했다.
일본 내 감염자들의 치료 회피도 문제시된다. 매독은 보통 항생제를 한 달 동안 복용하는 약물치료를 통해 치료되는데, 치료 도중 환자가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매독 확산을 가속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