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생산자 물가 사상 최고치에 실업률도 ‘뚝’
“연준, 뭘 해야 할지 알지만, 어떻게 할지는 몰라” 지적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시점을 앞당긴 것은 필요할 때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인상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제 시장은 연준이 경기 회복세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그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던 제롬 파월 의장도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에는 인플레이션 완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9월 노동절 이후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지속적이라는 게 분명해지기 시작했다”며 “오늘 우리가 행동한 배경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침체한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판단했다. 그간 통화정책을 바꿀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압박과 ‘완전한 고용’을 내세웠던 연준이다.
실제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해 39년 만에 최고로 올랐고, 생산자물가는 9.6%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용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파월 의장은 봤다. 그는 “실업률이 11월 4.2%를 기록하며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우린 2020년 2월과 같은 경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연준이 내년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제 연준의 남은 과제는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달래는 것이다. 자칫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주력하다 경기침체라는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현재 FOMC 성명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이 경제 전망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것”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무얼 해야 할지 알고 있지만, 경제를 짓누르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CIO는 “금리 정상화 정책이 너무 멀리, 또 너무 빨리 지나쳐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정책적 오류가 우려된다”며 “역사는 이것이 매우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빨라진 움직임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동참 여부도 주목된다. 앞서 캐나다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뉴질랜드와 브라질, 헝가리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브라질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올해에만 일곱 번 인상했다.
반대로 중국은 부동산 시장 우려에 최근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췄고 일본은 FOMC에 앞서 단기 금리 인상을 막고자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11조 엔(약 114조 원)을 풀었다. 영국과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