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도 반려동물 사료도 아니다...팬데믹 속 한국인들의 사재기 품목은?”

입력 2021-12-16 15:15수정 2021-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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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가격 인상을 앞두고 오픈런하려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인은 심각한 팬데믹 와중에도 화장지나 반려동물 사료 사재기를 안 한다. 대신 샤넬 가방을 산다.”

한국인의 명품 ‘오픈런’에 외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명품 가격이 고공행진 중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백을 사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백화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국의 독특한 현상 말이다.

사우스모닝헤럴드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을 인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해외 쇼핑길이 막히자 남는 여윳돈이 명품 소비에 쓰이고 있다고 봤다. 심지어 샤넬코리아가 올해 들어 일부 품목 가격을 4차례나 인상했는데, 이것이 더 많은 수요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한 30대 여성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샤넬을 더 원한다. 왜냐하면 샤넬을 살 여유는 있지만, 진짜 원하는 물건(집)을 사기는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명품시장이며, 올해 매출액은 142억 달러(약 17조 원)로 2020년보다 4.6% 늘었다. 샤넬은 한국에서 겨우 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글로벌 매출의 약 8.5%가 발생했다.

▲샤넬 제품 가격 추이. 출처:소더비

블룸버그는 명품 매장에서 원하는 가방을 못 사는 경우는 리셀러로 몰리면서 중고품 시장도 덩달아 성장했다며 한국에서 활발한 온라인 중고시장은 명품 재판매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한 50대 여성은 샤넬 핸드백을 팔아 30만 원의 수익을 냈다며, 그 전까지는 이런 게 돈벌이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여성은 1년 동안 오픈런을 했으며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하루에 샤넬 매장을 여러 곳 돌았다고 한다. 그녀는 “내가 쇼핑을 즐겼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은 너무 많은 리셀러들로 터무니없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완전히 미쳐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데 보니 샤넬은 과열된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10월부터 구매 제한을 시작했다. 샤넬 대변인은 “국내 고객들은 1년에 클래식 플랩 백과 코코핸들 백을 각각 1개씩만 구입할 수 있다”며 “일부 제품은 특히 인기가 많아 현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국내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을 싫어하고 현재를 즐기길 원하는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샤넬은 MZ세대에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서 다양한 측면에서 만족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진짜 사고 싶은 건 ‘집’이지만, 집값이 폭등하면서 결코 살수 없기 때문에,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자세로 현재 저축한 돈을 쓰면서 즐길 수 있는 명품에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KB금융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6억700만 원에서 올 11월에는 12억40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도 안 되는 20~30대 한국인들에게 내 집 마련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내년에도 샤넬의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7월 324만 원이었던 샤넬 미니 플랩 백은 현재 66% 오른 539만 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5% 상승했다. 한 MZ세대 여성은 “이게 내가 샤넬 백을 구입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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