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원경희 세무사회장 “세무사법 개정, 정당한 주장 받아들여진 것”

입력 2021-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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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업무 변호사에 개방, 순수 회계 업무 제외는 당연한 것
AI 이용 불법 컨설팅 강력 대응…세무사 조세소송 대리 추진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한국세무사회관 회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은 17일 "세무사법 개정은 우리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달 본회의에서 2003년 12월 3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 사이의 변호사 자격 취득자(세무사 자격 보유)에게 세무사업무를 허용하되 장부 작성 대리, 성실신고확인 등 두 가지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장부 작성 대리와 성실신고확인은 세무 업무의 핵심인 만큼 사실상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원 회장은 "세무사들 입장에서 보면 전문 자격사로서 우리 업무를 인정해달라는 건데 다른 쪽에서는 무조건 모든 업무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세무사법 개정 과정을 돌아봤다.

세무사법 개정을 둘러싼 세무사와 변호사의 직역갈등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앞선 세무사법 1차 개정으로 2004년부터 신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 자격은 자동으로 부여받지만 세무사 등록은 불가능했다. 2017년 2차 개정이 이뤄지면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조항도 폐지됐다.

직역 갈등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판단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번 개정은 2018년 변호사가 모든 세무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뤄졌다.

원 회장은 "2008년 이 부분에 대해 합헌 결론이 났었는데 또 다른 변호사들이 신청해 2018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며 "같은 내용인데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7월 첫 임기를 시작한 원 회장은 세무사법 개정의 정당성 입증에 주력했다. 그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있는데 맞지 않는 법리를 들이대면 뭐라고 하겠느냐"며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관련 2003년 세무사법이 바뀌면서 시작된 갈등 국면에서 약 18년 만에 거둔 쾌거다.

원 회장은 세무사 업무 제한 범위를 국회가 정한 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헌재에서 허용할 세무대리 범위 구체적 절차와 내용은 전문성과 능력, 규모, 제도 전반적 내용, 그리고 전문직역 간 이해관계를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짚었다.

특히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업무'가 제외된 것은 당연하다고 봤다. 이는 세무사 업무의 약 40% 비중을 차지한다.

원 회장은 "장부 작성은 물건 주고받고 한 것으로 받은 영수증을 장부 정리하는 것이고 성실신고확인은 장부 작성한 것의 영수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순수 회계 업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가 하는 것은 모두 법률 업무고 통과한 것도 법과 관련된 시험이지 회계 관련된 시험이 아니다"며 "회계라는 것은 법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도 세무조정 업무는 가능하다.

원 회장은 "예를 들어 접대비를 통념상 1년에 1000만 원만 쓰면 되는데 3000만 원 썼다면 1000만 원만 인정하고 넘는 건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법에 있다"며 "이걸 조정하는 것이 세무조정인데 이것은 순수 회계 업무인 것을 법에 의해 조정하는 것이므로 변호사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무사가 전문성을 갖춘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 회장은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적법하게 장부에 적어야 하고, 적은 것이 회계 원칙에 맞는지를 판단해 주는 것이 세무사인데 변호사들은 그런 것을 시험 보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그 어떤 의료 행위, 법률행위를 하는 것은 법 위반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그래서 두 가지 업무는 순수회계 업무이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전문성 없는 사람이 하게 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된다"며 "그래서 회계학 검증을 받지 않은 시험 거치지 않은 변호사들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말했다.

원 회장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미 크게 7가지 분야 33개 과제를 정리한 '아젠다S 33 2022'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세무사법 개정 등 제도개선 및 업역확대, 침해방지 △한국세무사회 홍보 및 위상 제고 방안 △회원사무소 운영의 활성화 방안 △회원 업무 편의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분야별 회원교육 확대 △직원 양성 및 교육관리 강화 △세무사회 업무효율 활성화 방안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원 회장은 "세무사들이 대외적인 부분에서 봉사하는 등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받은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으로 아젠다 33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무사들이 잘해야 납세자 국민이 편리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원 회장은 "모든 전문자격사가 그렇듯 세무사도 납세자인 국민이 찾아줬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 추진에 대해서는 "납세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복하게 되면 바로 소송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국세청에 심판 청구를 한다든가 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그 절차를 먼저 거치면 세무사들이 전문적 영역을 갖추고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청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소송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변호사들이 그것을 새로 맡아서 해야 한다"며 "계속 내용을 따라온 세무사들이 했던 부분을 변호사들이 다시 하게 되면 비용과 노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원 회장은 "이런 부분은 납세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소액 소송이라면 세무사들이 맡아서 하게 되면 훨씬 납세자들에게 편리함과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전 회장들부터 지속해서 추진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회장은 플랫폼을 통한 불법 세무대리 행위도 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그는 "AI 등을 이용해서 장부를 작성하거나 세무 컨설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정부에서 세무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규정한 것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모든 전문자격사 제도가 국민을 보호하고자 만든 것"이라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전문자격사가 아니므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불법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책임은 결국 납세자가 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결국 불법 플랫폼을 이용해 발생하는 사고가 납세자에게 손해를 끼치므로 세무 업무를 정당한 절차에 거쳐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불법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대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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