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지극하다. 오죽하면 “치킨은 항상 옳다”는 말까지 있다. 그런데 치킨은 옳을 지 몰라도 치킨 가격은 불편해진 지 오래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잇따라 제품가격을 올리면서다.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무려 2만 원을 넘겼다.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물류 대란과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소비자들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치킨 가격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치킨 업계 1, 2위인 교촌과 bhc가 주요 메뉴 가격을 올렸다. 각각 평균 8.1% 7.8%씩 가격을 올리며 허니콤보, 뿌링클 등 인기 메뉴의 가격이 배달비를 제해도 2만 원이 넘는 시대가 도래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아직 치킨값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치킨 업계 선두주자들이 가격을 올렸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상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가격이 원재료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수익 극대화를 위한 기습 인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2일 기준 닭고기 도계 값은 5061 원이다. 치킨 가격이 2만 원이므로 4배가량 뻥튀기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치킨 업체들은 물류대란과 함께 원재료 가격·배달 앱 수수료·배달비 운임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교촌과 bhc가 가격 인상을 발표한 당시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업체들에 고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치킨 한 마리를 팔아도 얼마 남지도 않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라는 ‘총대를 메줄’ 곳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본사 이익은 사상 최대 기록…가맹점은 수익성 악화
과연 치킨 한 마리를 팔면 가맹점에 얼마가 돌아갈까.
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납품받아 치킨을 만들고, 치킨 무, 소스, 음료수 등을 마련하는 데에 가격의 50%가량이 소요된다. 이외에는 배달 앱 수수료와 배달운임비로 약 30%, 약 10%가 임대료·인건비 등 매장 운영비에 쓰인다. 결국,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하면 약 10%인 2000원이 가맹점에 돌아가는 셈이다.
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재료 등을 납품해 30%가량의 이윤을 남긴다고 알려졌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 치킨 업계가 특수를 누린다고 해도 프랜차이즈 업체의 운영·유통 구조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킨 가격이 인상됐다고 해도 인상분이 온전히 가맹점주에게 돌아가지는 않는 모양새다. bhc는 11월 주요메뉴 소비자가격을 인상함과 동시에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잿값도 7.7%에서 14.5%까지 함께 올렸다고 한다.
결국, 치킨값 인상이 가맹점주들을 위한 것이 아닌 본사 배 불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