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증가·유동성 축소…집값 하락 '공개 경고'한 정부

입력 2021-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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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만 31만 가구 공급
가계부채 증가율 4~5% 관리
"인구 등 핵심 변수 살펴볼 때
집값 하락 국면 진입 불가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집값 하락 경고장을 날렸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서울 10만 가구 등 전국에 매년 평균 56만 가구가 공급되고,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풀린 자금 회수도 빨라지고,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만큼 집값 하락 압박이 클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매수심리가 기준선 이하로 내려앉자 정부가 추가 집값 하락을 경고한 셈이다.

국토부는 27일 ‘2022년 업무보고’에서 “공급과 금융, 인구 등 주택시장 핵심 변수의 흐름을 살펴볼 때 주택시장의 중장기 추세적 하락국면 진입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하락 근거로는 대규모 주택공급과 기준금리 인상을 들었다. 국토부는 “공급 측면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 서울 10만 가구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도 입주 예정물량은 서울 아파트 기준 3만6000가구, 2023년 4만8000가구다. 주택까지 포함하면 당장 내년 서울에서만 총 8만1000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현재 과잉 유동성으로 주택가격이 기초 경제(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돼 있다”며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하고 있고 한국 금융당국도 거시건전성 관리를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조기화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4~5%대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부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7% 늘었다. 1분기(9.5%)와 2분기(10.4%)에 이어 3분기에도 10% 가까이 늘어난 만큼 내년에도 주택담보대출 등 집값 상승의 연료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인구 축소와 관련해선 “생산연령인구가 앞으로 10년간 연 36만 명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므로 인구 측면에서 주택시장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단기 지표는 하락세…대세 하락 전환엔 물음표”

정부의 주택시장 하락 전환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몇 달만 보면 하락 신호가 뚜렷하지만,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두 달간 시장 지표를 보고 하락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2017년 양도소득세 강화안을 포함한 8·2대책 발표 이후 한 달 이상 집값이 주춤했지만 결국 폭등했다”며 “단기 지표를 보고 내린 결론이라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지난 7~8년간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 데 따른 시장 피로감과 기준금리 인상, 대출 강화 영향으로 2025년 이후 하락 전환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책연구기관이나 민간 기관이 아닌 정부가 집값 장기예측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현 정부 막바지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가 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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