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보험료가 9~16%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여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업계가 올해 최대 3조6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을 고려해 20%가 넘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인상 결정은 내년 1월 초로 미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당장 실손보험을 갈아탈지 말지, 갈아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세대 실손(구 실손, 2009년 9월까지 판매)과 2세대 실손(표준화 실손, 2017년 3월까지 판매) 보험료는 평균 15%, 3세대 실손(신 실손, 2021년 6월까지 판매) 보험료는 8.9%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특히 3세대 실손은 ‘안정화 할인 특약’에 따라 출시 후 5년간 동결돼 있던 보험료가 처음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안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보험료 인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갱신주기가 5년인 가입자들은 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인상률이 50%가 넘을 수도 있다. 갱신주기가 3년 이상인 가입자 역시 인상률이 30%가 넘을 수 있다. 여기에 연령 인상분(1세당 평균 3%)까지 고려해야 하는 1세대 실손 가입자 중 일부 고령층은 100%에 달하는 인상률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보험료 폭탄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1~3세대 실손 가입자가 내년 6월까지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 폭이 큰 1·2·3 세대 실손 가입자를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1·2·3 세대 실손 보험료가 오르고, 4세대 실손이 할인까지 하는 가운데,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득인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의 실손 보험 이용 행태를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4세대 실손 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사람의 보험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4세대 실손에서는 1년동안 보험 청구를 한 번도 하지 않을 경우 보험료가 5% 줄어든다. 반대로 보험금을 100~150만 원 미만으로 타갈 경우 보험료가 2배(100% 할증), 150~300만 원 미만을 타갈 경우 3배(200% 할증), 300만 원 이상 타갈 경우 4배(300% 할증)로 크게 뛴다.
따라서 자신이 실손보험에서 보험금을 탈 가능성이 적은 건강한 가입자라면 굳이 높은 보험료와 인상률을 부담하며 1·2·3세대 실손 보험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90.5%는 입원의료비를, 69%는 통원의료비조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 이처럼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높은 보험료와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보장을 받길 원한거나 병원 이용이 잦다면 기존 실손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1·2세대 실손은 보험을 자주 이용해도 할증이 없어 부담이 덜하며, 일부 상품은 자기부담금도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3세대 실손 역시 1·2세대 실손에 비해 자기부담금은 높지만 보험료 할증 개념이 없어 진료를 자주 받는 경우에 유리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이력이 없는 대부분의 경우 보험료도 저렴하고, 일부 보험료를 과다 청구하는 가입자로 인해 세대 전체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의 불합리성이 개선된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다만 치료를 많이 받거나, 받을 계획이 있는 경우 자기부담금이 (비교적) 높고, 할증이 들어가는 4세대 실손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