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특허 놓고 제약사·정부·학계 간 진흙탕 싸움

▲모더나와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담은 약병이 나란히 놓여 있다. 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더나는 현재 정부와 핵심 원료 개발자 지정을 놓고 다투고 있고 다른 제약사와는 특허권 침해를 놓고 대립 중이다. 화이자 역시 규모가 작은 다른 제약사와 특허 침해를 놓고 다투고 있으며, 일각에선 조만간 화이자와 모더나가 맞붙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이번 다툼엔 최소 수억 달러가 걸려 있는 만큼 양측 모두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들어 9월까지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으로 350억 달러(약 42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내년엔 부스터샷(3차 접종) 수요에 힘입어 520억 달러 이상을 얻을 것으로 추산한다.

백신 발견에 대한 명확한 질서가 마련된다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해당 판매액의 상당 부분을 누군가와 나눠야 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 정부가 모더나와 화이자에 코로나19 백신의 세계적인 보급을 위해 관련 지식재산권을 공유할 것을 압박했음에도 이들이 수용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

지금도 미 국립보건원(NIH)은 모더나에 백신 핵심 원료에 대한 특허권자 명단에 정부 측 과학자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모더나는 거부하고 있다. 모더나는 해당 과학자가 도움을 준 부분은 있지만, 백신에 활용된 유전자 서열을 발명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모더나는 제약업체 어버터스바이오파마와 백신 내 특정 나노입자 특허 침해를 놓고 다투고 있고, 화이자는 얼마 전까지 얼리얼바이오테크놀로지와 백신에 활용된 단백질을 놓고 다투다 현재는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일리노이대에서 생명공학 지적재산을 전문으로 하는 제이콥 셔코우 법대 교수는 “특허권은 과학적인 신용이자 자금이며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며 “수백억 달러의 돈이 걸린 생명공학계의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의학적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는 것을 두고 기업과 정부, 학계는 오래전부터 다퉈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약업계 특허권은 민감한 영역에 속한다. 특허권은 복제약 경쟁 없이 회사가 단독으로 판매할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특허권은 기업이 대학이나 정부 연구실에 막대한 투자금을 제공해 기술 개발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일라이릴리의 암 치료제 개발에 참여한 프린스턴대가 그 대가로 로열티 2억7800만 달러를 지원받아 화학 연구소를 건설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종종 복잡한 연구에 대한 공로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 C형 간염 치료제를 놓고 신약 시장에서 다툼이 벌어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WSJ는 “화이자와 모더나는 부분적으로 여러 곳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존하는 만큼 이미 백신 판매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고, 동시에 백신과 관련해 다른 회사들과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모더나는 전염병 비상사태가 끝나면 특허를 낼 것이라고 밝힌 만큼 더 많은 특허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