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의 투표 독려 전화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한때는 허 후보의 전화를 SNS에 인증하는 놀이를 하기도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전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 12일 트위터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간 업무용 콜폰에까지 전화가 왔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바빠 죽겠는 주말에 전화기 집어 던질 뻔’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31일 수험생 커뮤니티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에는 허 후보의 전화와 관련해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수험생은 “허경영 전화를 받고 정확히 10분 후 원하던 대학에서 추가 합격 전화를 받았다”며 “허경영 전화 때문에 추가 합격 전화 못 받았다면 대학이 바뀔 뻔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허 후보의 전화는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허 후보의 전화가 공직선거법 제58조2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선거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허 후보가 투표 독려 전화를 돌렸을 때도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라면 누구나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허 후보의 전화는 투표를 독려하는 10초짜리 녹음 메시지가 전부다. 녹음된 메시지는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 코로나로 얼마나 힘드십니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용기 있는 투표입니다. 허경영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아니다. 허 후보 측이 개인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전화를 거는 방식이 아니라, 업체에 의뢰해 여론조사에서 활용하는 RDD(Random digit dialing, 무작위 전화 걸기) 방식으로 추출된 번호로 전화를 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허 후보의 전화에 대한 피로도는 커지고 있지만 지지율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오른 상황이다. 최근 O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허 후보의 지지율은 4.0%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허 후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사이다 같은 발언들로 대중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결혼수당 1억 지급’,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 ‘무소속 출마를 원칙으로’ 같은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발언들이 현실 정치에서 의미를 갖기는 어렵지만 대중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성정치가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 심리가 허 대표의 행보가 이목을 끄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허 후보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는 건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찍을만한 후보가 없다’는 냉소적 반응이 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허 후보의 행보가 정치 희화화, 무관심을 유발한다고 비판하기 전에 기성정치에 대한 냉소, 불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