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잠행→갈등 봉합→선대위 사퇴…멀어진 尹
전권 내 준 윤석열, '후보 패싱·쇄신 결단' 김종인
김종인과 통하는 이준석 '리틀 김종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의 관계는 풀기 어려운 '4차 방정식'이다.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때마다 견제하는 묘한 역학관계가 작동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입당한 건 지난해 7월30일이다. 당시 윤 후보의 입당은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윤 후보는 당 지도부의 지방 일정을 몰랐고 이 대표는 당황했다. 두 사람의 불통은 '이준석 패싱' 논란과 함께 갈등의 단초가 됐다.
두 사람의 갈등과 봉합은 반복됐다. 윤 후보는 지난해 8월 대선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가 주최한 행사에 불참, 경준위가 준비한 토론회에 불만을 간접 표출했다. 또 다시 당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최종 후보로 결정된 이후에도 윤 후보 측은 당 대표와 일정을 공유하지 않아 오해를 샀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30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간 이유다. 전화기까지 꺼놨다. 당시 이 대표는 직접 ‘패싱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후보 일정을) 못 들었기 때문에 이준석 패싱이고 두 번째는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 이렇게 이간질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제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이게 그런데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제주, 울산 등으로 숨바꼭질하며 잠행을 이어간지 나흘 만에,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사흘 앞두고서야 윤 후보와의 갈등을 풀었다. 윤 후보가 사실상 유세를 중단하고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울산을 찾은 덕분이다. 장고 중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의 합류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7월부터 직·간접적인 소통을 이어온 김 위원장과 윤 후보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윤 후보의 속내는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김 위원장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각각 상임 선거대책위원장,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대위 출범 한달도 안 돼 조직은 삐걱거렸고, 이 대표는 결국 지난달 21일 "미련 없다"며 선대위 모든 직을 내려놨다. 몇 주 전 울산에서의 극적 화해가 무색해졌다.
이 대표 사퇴 등 선대위 내홍으로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자 전권을 이어받은 김 위원장은 조직 쇄신을 결단했고, 주요 직책을 맡은 인사들이 윤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관련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기만 잘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위기에 휩싸인 윤 후보가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린 셈이다.
김 위원장의 선대위 쇄신 결단은 이 대표가 그동안 주장해 온 방향과 일치한다. 한 마디로 선대위 슬림화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배제가 핵심이다. 윤 후보측 인사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는 오래 전부터 통하는 사이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이로 이 대표는 선대위 밖에서도 김 위원장을 지속적으로 응원했다. 세 사람의 꼬인 관계의 이면에는 결국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