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3분의 1, 자금세탁·사기 연루 위험신호
규제 강화 목소리 커지고 있어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당국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은 전자화폐기관(EMI)이 늘어나는 가운데 부정행위 관련 자금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EMI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상당수 업체의 경영진이나 주요주주가 미국에서부터 호주, 룩셈부르크,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각국의 자금세탁, 사기, 부정부패 의혹과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제투명성기구 영국 지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정부 승인을 받은 EMI의 3분의 1 이상에서 경영 활동이나 경영진과 관련한 위험 신호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영국에서 EMI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EMI는 선불카드, 해외송금, 디지털 지갑과 같은 디지털 결제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는 업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은행들에 접근이 어려운 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EMI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2018년부터 핀테크 육성 차원에서 승인한 EMI는 현재 200개가 넘는다. 런던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후 핀테크 허브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규제 테두리 안으로 들여와 은행업계와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기존 은행들과는 달리 EMI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만한 규제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EMI 분야는 폭풍 성장했다. 영국 내 일일 전자화폐 거래액은 약 14억 파운드(약 2조7000억 원)에 달한다. 반기 기준 거래액은 FCA가 2019년 하반기 집계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2646억 파운드까지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 없이 EMI의 성장을 방치할 경우 런던이 ‘검은돈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HSBC와 소시에테제네랄(SG)에서 금융범죄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이엄 배로우는 “고의적인 범죄 의도를 가지고 런던에 건너와도 문제 발생이 없는 그야말로 서부개척시대와 같은 상황”이라면서 “모든 것이 무질서한 상태며 규제 당국이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FCA는 EMI 승인 요청 건수 89건 중 50건에 퇴짜를 놓는 등 승인 건수를 대폭 줄였다. 또 승인 기업 중 8곳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고, 4개 기업에는 사업 제한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