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없는 행보로 20·30 표심 가능할까
청년 보좌들, 비판 높이며 자리 떠나기도
20대 지지율 18%·30대 지지율 16%로 저조
청년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빠른 사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청년과 소통에 직접 나섰다. 다만 청년의 표심을 대변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보이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양새다. 청년들 역시 윤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윤 후보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보좌역들과 ‘변화와 쇄신’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각 부서 청년보좌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자리해 윤 후보를 향한 건의사항 등을 전달했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쇄신과 동시에 20·30 청년을 중심으로 실무를 꾸리겠다고 한 만큼 이번 행사에 힘을 실었다. 1시간 가량 모든 청년 보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받아 적으며 관심을 보였다.
윤 후보는 청년들이 선대위 내부에서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약속했다. 그는 "(정책본부장에게) 자문 교수나 전문가 그룹에서 오는 자료를 바탕으로 뭘 추출할지, 어떤 이슈를 잡을지,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하는 걸 청년에게 먼저 맡기고 검토를 받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도 청년이 검토하는 것이 경험 많고 이쪽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들보다도 판단이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청년 간담회 중 발생한 촌극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후보는 청년 간담회에 스피커폰을 통해 참여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선거대책기구 차원에서 청년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서 거기에 대해 차후에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하는 과정에 있어서 제가 볼 때 부적절한 게 많았다"고 반성했다.
달라진 윤 후보의 태도와 달리 청년 표심을 대변하는 이 대표와 갈등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제안한 거리 인사를 뒤늦게 진행했지만, 불쾌감을 느낀 이 대표는 이철규 의원의 전략기획부총장 임명 등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거리 인사 일정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개입이 없다면 쉽게 이뤄질 수 있는데도 뒤늦게 이뤄지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윤 후보의 일정을 두고 윤핵관들의 입김이 작용해 제대로 된 메시지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당 대표 측근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거리 인사 일정을 위해 윤 후보의 의상까지 준비해 놓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철규 의원이 권성동 의원과 친분이 있는 만큼, 권 의원이 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이 전날 청년 간담회 일정에 사회를 본 점도 이 대표로서는 탐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윤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와 10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결국 갈등을 풀지 않은 채로 이 의원 인선을 강행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청년보좌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한상현 청년보좌는 "권성동 의원이 정말 물러난 게 맞냐. 소위 지껄이는 윤핵관을 말릴 생각이 있냐"며 "신지예는 하면서 이준석은 왜 버리냐"라고 비꼬았다. 이후 "간신들, 아첨꾼들, 십상시만 가득하다. 그들을 버리시고 민심의 심판대 위에 다시 서시라"며 "당에 울리는 경종이 되길 바란다"고 직을 내려놓은 채 당사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다른 청년보좌들도 이 대표가 없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후보가 변화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날 청년간담회 후 사퇴 의사를 밝힌 곽승용 청년보좌는 "이 대표는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대표와 같이 가셔야 한다"며 "오늘 이 대표 탄핵 결의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걸 보고 선거 지려고 작정했구나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는 "앞으로 우리 중앙선대기구의 청년 관련 행사는 우리 간부들이 주도하지 말고 청년에게 다 맡기시라"며 "누가 하든 청년 아닌 사람이 이 행사 기획에 끼어들지 않도록 제가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주신 말씀 중에 보면 서로 다른 말씀들이 있는데 그 부분을 제가 여러분 의견을 다시 들어서 그건 방향을 좀 잡도록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20·30 표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윤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8%포인트(P) 뒤처진 28%를 기록했다. 18~29세에서도 이 후보보다 3%P 떨어진 18%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17%로 나타났다. 30대에선 이 후보가 40%, 윤 후보가 16%를 보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