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중앙은행이 경기개선 및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테일러 준칙’에 의한 중립금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테일러 준칙’이란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가운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다시 2%대로 진입했다. 일각에선 ‘1월 효과’를 통한 시장금리 하향 압력을 기대하고 있지만 적자국채를 통한 추가경정예산 마련,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행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겹치며 당분간 불안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3%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24일(2.013%) 이후 44일 만에 첫 2%대 진입이다. 국고채 3년물은 올해들어 4거래일 동안 0.215%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0.282%포인트, 0.23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연초마다 국고채 금리가 보합권이거나 완만하게 상승했던 모습(1월 효과)과 다르다.
채권시장은 연초에 자금 집행 등이 시행되면서 강한 계절성을 띄는 특징이 있다. 2001년 이후 기관들의 순매수 동향을 통해 살펴보면 전월 대비 순매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가진다. 특히 1~3 월인 1분기 중 자금 집행이 집중되는 양상을 띄고 이에 따른 가격 변화도 경향성을 띄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정치권의 추경 논의에 따른 채권시장 공급 부담 가능성을 지적한 목소리가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대외 금리의 반등 정도가 제한적이어야 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최근 정치권의 100조 원 추경 논의는 채권 시장의 1월 효과를 제약하는 가장 큰 변수”라며 “100조 원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한 수준인데, 올해도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재정정책 확대에 따른 공급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상 지출 중심의 예산안 편성과 일회성 비용 측면의 재정지출 확대 등은 채권시장의 공급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올해 국고채 발행계획도 전년 대비 축소됐다.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국고채 발행계획을 보면 올해 국고채 발행 연간 한도는 166조 원으로 지난해 180조5000억 원보다 14조5000억 원 감소했다. 순증은 93조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27조2000억 원 감소했고 차환은 72조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2조7000억 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행보가 확인됐고 다가오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채권시장에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물론 경기 둔화로 국채 금리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바라보는 시작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부양책 효과가 소멸되어 가고 있고 높은 인플레에 따른 구매력 저하도 동반되어 2022년은 경기 둔화 압력이 높을 것”이라며 “경기 둔화는 주식시장에게 반가운 뉴스는 아니지만, 금리 상승세를 제한하면서 주가의 단기적 조정 압력을 완화하고 특히 성장주에게 반등 기회를 부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 의사록을 통해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가 더욱 강조됐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이미 해당 통화정책 이벤트가 종료된 이후 의사록 문구로 인해 금리가 급등한 것은 지난 FOMC 이후에도 시중금리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국면에 대한 일종의 되돌림 또는 반작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