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Z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
'폴더블폰 대중화' 측면에선 삼성 오히려 수혜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패널 확대도 기대
삼성전자가 개척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최근 중국 제조사가 연달아 뛰어들며 신제품 출시에 나섰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제조사의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 소식도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나쁠 것 없다는 낙관적인 시선이 나온다. 시장 자체가 커지며 삼성전자가 공언한 ‘폴더블폰 대중화’ 시점이 오히려 빨라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화웨이로부터 독립한 서브 브랜드 중국 아너(HONOR)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첫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 ‘매직 V’를 선보였다. 인폴딩(안으로 접는) 형태, 7.91인치 내부 디스플레이와 6.5인치 커버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갤럭시Z폴드3과 상당히 비슷한 외관을 가졌다. 퀄컴의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 8세대1, 12GB램에 25GGB, 512GB의 내장메모리가 지원된다. 공식 판매는 18일부터다.
지난달 15일 출시된 중국 제조사 오포의 ‘파인드N’ 역시 갤럭시Z폴드 판박이다. 내부 디스플레이 7.1인치, 외부 디스플레이 5.49인치를 갖췄으며 퀄컴 스냅드래곤 888 프로세서, 120헤르츠 주사율을 탑재했다.
특히 두 제품은 출고가를 갤럭시Z폴드3보다 낮게 책정해 승부수를 띄웠다. '매직 V'는 256GB 기본 모델이 189만 원, '파인드 N'은 150만 원대로 모두 갤럭시Z폴드3 출고가(199만8700원)보다 저렴하다.
갤럭시Z플립3 카피캣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TCL은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CES 2022에서 폴더블폰 시제품 '시카고'를 전시했다. 이 제품은 위아래가 접히는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로 Δ6.67인치 디스플레이 Δ스냅드래곤 765G Δ6GB 램 Δ128GB 저장용량 등을 지원한다. 접은 상태에서 전면 디스플레이 모양이 가로로 직사각형이 아니라 세로 모양이고, 디스플레이 크기가 갤럭시Z플립3보다는 조금 작다.
회사 관계자는 전시 현장에서 기자에게 "아직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비용적인 부분을 아직 해결하지 못해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폴더블폰 신제품 ‘P50 포켓’은 12일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화웨이는 이 제품에 갤럭시Z플립3보다 얇은 두께와 '멀티 디멘션 힌지(Multi Dimensional hinge)'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제조사뿐 아니라 구글도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스마트폰 벤치마크 웹사이트 긱벤치에는 '구글 피핏'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스마트폰이 등장했는데, 이는 구글이 개발 중인 폴더블폰 픽셀 폴드의 코드명이다.
구글은 생산 단가 등의 문제로 지난해 하반기 '픽셀 폴드'를 예정대로 출시하지 못했는데, 벤치마크 사이트에 픽셀 폴드 존재가 다시 나타나면서 출시 일정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도 2024년을 목표로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조사 공세가 거세지만, 삼성전자엔 오히려 이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수는 있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면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서다.
시장조사업체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74%로 지난해(85%)보다 11%p(포인트) 하락하지만, 세계 시장 규모 자체는 지난해 890만 대에서 올해 1690만 대로 두 배 수준 성장이 예상된다. 출하량 자체로만 보면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다. 오포(5%)를 비롯한 샤오미(4%), 화웨이ㆍ아너(5%) 등의 중국 제조사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폰 시장 확대는 폴더블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에도 호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베트남 공장 내 폴더블폰 모듈 설비 증설에 나선 상황이다. 증설을 마치면 폴더블폰 패널 생산능력은 연 1700만 대에서 연 25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노트 시리즈를 갤럭시S 시리즈와 병합하고, 폴더블폰을 주요 플래그십 제품군으로 내세운 이상 삼성전자로선 '폴더블폰 대중화'는 꼭 풀어야 할 숙제"라며 "중국 제조사가 뛰어들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진다면 나쁠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