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접근 권한 제한하고 개인정보보호 감수성 높여야"
공무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여성의 가족을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에게 구청 공무원이 피해자 집 주소를 넘겨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공무원들이 개인정보보호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년간 개인정보 1101건을 불법으로 조회해 흥신소 업자에게 제공한 공무원 A 씨와 흥신소 업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 혐의도 적용됐다.
A 씨는 구청에서 근무하며 도로 점용 과태료 부과를 위해 부여된 차적조회 권한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조회했다. 그 대가로 약 2년간 3954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최근 전 여자친구 부모의 집을 찾아가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준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정보를 조회해주는 대가로 2만 원을 받았다.
공무원의 개인정보 접근 문제는 소위 ‘n번방’ 사건 당시에도 논란이 됐었다. 서울 송파구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최모 씨는 200여 명의 개인 신상정보를 불법 조회한 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를 받았다.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없는 사회복무요원이 시민들의 개인정보에 접근해 조회하고 이를 유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관리 소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분별한 개인정보조회와 유출로 인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일선 공무원들의 개인정보 접근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청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개인정보에 쉽게 접근하는 공무원들이 있지만 특별히 상부의 결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융자업무나 복지 상담업무 등 담당자들은 개인정보를 더 수월하게 조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공개한 개인정보 관리수준 진단결과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중 양호등급을 받은 비율은 각각 35%와 43%에 그쳐, 중앙공공기관(61%)이나 광역자치단체(53%) 등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IT)과 개인정보보호 전문인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사후조치적인 접근에 불과하다. 예방을 위해 정보접근 권한을 제한해 극소수 일부 공무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만 공개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 못했다”며 “수년째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감수성이 아직 뒤처진 것 같고 공무원 사회 일선까지 전달이 잘 안 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