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CEO 리스크’ 불똥에…냉가슴 앓는 주주들

입력 2022-01-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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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기업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죠.” (주식투자자인 A 씨)

개인투자자들이 때아닌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기업가치와 무관한 돌발 발언, 횡령 등 도덕성 문제에 주가 급락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10일부터 전날까지 주가가 28.30% 하락했다. 이 기간 카카오(-22.45%)와 카카오뱅크(-23.13%) 등도 줄줄이 내리막길을 탔다.

주가 급락을 촉발한 것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다. 그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은 지난달 10일 회사 주식 900억 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증시에 입성한 지 한 달여만이다.

주주들 사이에선 지분을 대거 매각한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이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 한 주주는 “상장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시작점”이라며 “조달한 자금을 잘 써 이익을 내고 주주, 직원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런 책무를 저버렸다”라고 비판했다.

류 대표는 이른바 ‘먹튀’ 논란에 카카오 공동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페이, 카카오, 카카오뱅크는 주가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신세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촉발한 논란에 불똥이 튀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간 게시물을 올리면서 ‘멸공’, ‘반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의 발언은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신세계 주가는 10일 6.80%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I&C도 각각 5.34%, 3.16% 내렸다.

포털 사이트에는 “남양유업 사태를 못 봤느냐”며 “오너 리스크는 투자자들에게 최악”이라는 내용 등의 글이 올라왔다.

최근 직원이 2215억 원을 빼돌린 횡령 사건이 터진 오스템임플란트도 마찬가지다. 회계 관리가 비교적 엄격한 상장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횡령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경영진에 질타가 이어졌다.

회사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과거 횡령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윗선 개입’ 의혹마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횡령 사건의 수사 범위를 최 회장과 엄태관 대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신뢰는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CEO나 경영진의 입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기업은 투자자 관점에서 좋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주주에게 끼친 악영향을 되돌리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익을 침해한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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