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직원의 연이은 가상자산 거래소 이직에 당국의 취약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인력들이 대표적 신산업으로 꼽히는 가상자산 거래소로 향하면서 탈(脫) 금융당국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대내외적 불안감도 고조되는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으로 이직한 사무관은 지난달 마지막 주 빗썸에 처음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 대상자로 거론되던 사무관이 금융위를 떠나 가상자산 거래소에 합류한 첫 사례가 되면서 내부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한 금융위 사무관은 “새로운 금융산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러움, 연봉을 얼마나 더 받을지에 대한 궁금함 등으로 한동안 분위기가 뒤숭숭했었다”라며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금융체계개편이 들어갈 것이라고들 하는데, 관련한 불안감도 한몫했다”라고 기류를 전했다.
실제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 업계로의 이탈이 속속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로, 금감원 자본시장국장 출신 인사는 코인 발행사인 피카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겼다. 관련해 규제 당국에서 피규제기업으로의 이직이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관련해 금융위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이 업계로의 이직을 추동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는 핀테크, 가상자산 등 신사업 주무부처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지만, 추가 인력 충원은 요원한 상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50명 이상의 증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5명 안팎의 인력을 충원받았다.
더불어 현재 금융위의 과장급은 행정고시 44회~48회 출신이 자리하고 있다. 각 과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주무관의 경우 53회~54회가 필요한데, 금융위 내부에 해당 기수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전반적으로 모든 과에 결원이 많다”라며 “특히 조직 내 허리급이 부족해 업무 과중으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러브콜이 실무 인력을 뒤흔드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업권법 논의, 가상자산 과세, 트래블룰(코인 이전 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사업자가 파악하라는 규정) 등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대관 라인을 강화하는 중이다. 각 거래소는 지난해 국회의원실, 전국경제인연합회 출신을 비롯해 금융위ㆍ금감원 출신 인력들을 속속 영입해왔다.
업계 전문가는 “거래소는 그간 금융기업보다 테크기업의 성격을 강조해왔는데, 특금법 신고를 거치며 규제기관과의 보폭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규제 리스크가 큰 분야인 만큼 꾸준히 접촉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는 풍부한 자금을 내세워 이직 주도하는 중이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무관이 환급해야 할 국외 연수비가 남아있었는데 이를 거래소에서 모두 갚아주고 데려간 것으로 안다”라며 “연봉이나 파격적인 대우에 아무래도 내부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