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원·적립기금 전환 등 고려 가능하나 미래 세대 부담…보험료 조기 인상이 바람직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현 체계 유지 시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고 경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실현 불가능한 미래’다. 국회와 정부 추계대로 2055~2057년 적립기금이 고갈된다고 해도 국민연금 제도는 운영된다. 재원 조달방식이 바뀔 뿐이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적립기금이 소진됐다고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금이 없어지는 것이지 재원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2057년(정부 추계)에도 147조2000억 원의 보험료 수입이 들어온다. 급여 지출(414조4770억 원)의 3분의 1가량은 보험료 수입만으로 조달 가능하다.
나머지 3분의 2를 조달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정지출이다. 국민연금은 법률에 근거를 둔 사회보장제도로, 향후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하지 못하게 되거나 국민연금법 개정·폐지로 국민연금 지급이 중단돼도 해당 시점에 수급권을 확보한 이들은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따라 재산권으로서 연금 수급권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다른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면 정부는 재정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해외에선 급여 지출의 20%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독일을 비롯해 선례가 많다.
두 번째 방법은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이다. 부과방식은 급여 지출을 당해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부과방식 비용률은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2042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부과방식 비용률은 2045년 현행 보험료(9.0%)의 두 배를 넘어서고, 2050년엔 20%대로 오른다. 2065년에는 3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는다. 따라서 적립기금 소진 후 부과방식 전환은 미래 세대의 부담이 크다.
현실적인 대안은 보험료율을 12~13% 수준으로 조기 인상해 적립기금 소진 시기를 늦추고, 국민건강보험처럼 급여 지출의 일부를 재정으로 보조하는 것이다. 여기에 합계출산율 회복까지 더해지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100년 뒤에도 유지가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제도에 대한 신뢰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재정 건전성 문제를 지적할 순 있지만,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면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5차 추계는 4차 추계보다 일찍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출산율이 하락했지만, 운용 수익률이 올라 4차 추계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5차 추계를 전제로 새로운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