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장사와 같은 수준의 규제, 감독 받지 않아
소식통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는 영국 금융감독청(FCA), 재무부에 관련 제안을 제출했다. 이번 아이디어는 ‘MTF라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런던증권거래소가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 주식을 일정 기간 하이브리드형 증권거래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조성한다. 예를 들어 1~5일 등 기간을 특정해 비상장 회사 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장을 열어놓는 방식이다. 거래 시기는 분기별, 1년에 한 번 등으로 정해놓는다.
비상장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하이브리드형 증권 시장에 거래되더라도 기존 상장회사와 같은 수준의 규제,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장 요건이 까다로워 비상장 기업의 기업공개를 저해한다고 판단해 이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다.
런던증권거래소는 지난달 FCA, 재무부에 보낸 문서에 “새로운 증권거래 시장은 비상장 기업과 상장사의 중간 단계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본을 조달해 성장하려는 기업에 새 시장이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증권거래 시장이 신설되면 스타트업 창업자, 초기 임직원, 에인절 투자자 등 비상장 회사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의 자금 회수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비상장 회사 초기 주식을 기관투자자에 매도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비상장 회사 투자 접근성이 좋아져 다양한 투자자들이 몰릴 수도 있다.
제안서는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레볼루트,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 등을 예로 들며 규모가 큰 비상장 기업도 일반 증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른 시장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런던증시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다. 실제 기업들도 런던 증시 상장에 이점이 떨어진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영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벡시텍(Vaccitech)은 런던 대신 미국 나스닥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다. 백시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원천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 해 11월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서 신규 상장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