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눈 통화 내용 보도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19일 김 씨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열린공감TV는 이날 재판부가 지정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김 씨의 통화 녹취 내용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이 기자와 수차례에 걸쳐 총 7시간45분 동안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자는 통화를 녹음했고 그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김 씨 측 대리인은 "이 기자는 열린공감TV와 사전 모의를 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김 씨에게 접근했다"며 "이 기자가 자신과 상관없는 타인과의 대화도 여과 없이 녹음한 것은 후보자 비방 외에 어떤 공익적 목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열린공감TV 측 대리인은 "전통 미디어들과 뉴미디어 간의 협업은 과거부터 존재했다"며 "서울의 소리가 열린공감TV와 공조해 취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공작을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방송 전체에 대한 공개 금지를 신청하는 것인가"라며 "이는 보도 금지 내지 사전 검열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정확한 부분을 짚어주는 게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씨 측 대리인은 "열린공감TV 측의 보도 내용을 제출해주면 신청을 구체화하겠다"고 답했고 열린공감TV 측 대리인은 "편성권에 관한 부분이라 그러할 수 없다"며 "보도의 요지는 주고 반론 기회를 드리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통화 내용 공개를 둘러싼 법원의 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14일 김 씨가 MBC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관련 수사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언론에 대한 불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공개를 허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씨가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라며 "그의 사회적 이슈·정치적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허용 이유를 밝혔다.
방송 금지 부분과 관련해서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김 씨의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수사나 조사를 받을 때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이는 점이 있다"고 봤다.
방송 금지 가처분에서 승소 경험이 많은 문종탁 변호사는 "방송 금지 가처분 자체가 인용되는 경우가 적다"며 "방송은 공익성이 있고, 표현의 자유 중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하람 변호사는 "김 씨와 이 기자의 대화는 완전한 공적 영역도 아니고 사적 대화의 성격도 섞여 있어서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김 씨가 낸 가처분 신청의 경우 음성권이라는 개인의 기본권과 국민의 알 권리를 조화하기 위해서 재판부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 변호사는 "김 씨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7시간 통화 내용을 다른 방법으로 공개할 수 있어서 실익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