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논란에 LG화학·세아베스틸·NHN ↓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에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기업의 물적 분할에 대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다.
연초부터 전국 곳곳에서 건물 붕괴, 대형 화재 등의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기업들은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 관련 직책을 신설하거나 기존 안전 체계를 점검하고 있지만, 연이은 안전사고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주가가 -44.08% 급락했다. 21일에는 서울 성동구 주상복합 건물이 전날 흔들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공사 DL이앤씨 주가가 하루 동안 -7.69% 빠졌다.
공장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에코프로비엠은 사고 당일부터 2거래일간 주가가 -12% 떨어졌고, 효성티앤씨는 사고 당일에만 -6.83% 내렸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동안 환경 이슈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사회 부문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줄 법안”이라며 “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새롭게 마련하거나 안전위원회를 설치ㆍ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높아진 처벌 수위에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근 불거진 물적 분할 이슈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적 분할 뒤 자회사가 상장하면 주주 가치가 희석되고, 지주사 할인 등으로 모회사의 기존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LG화학 주가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본격화한 뒤 주가가 지속해서 빠지며 지난해 고점(102만8000원) 대비 -35.41% 떨어졌다. 핵심 사업 부문인 배터리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빠져나가면서 LG화학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LG화학의 하락세는 물적 분할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하는 계기가 됐다.
물적 분할 발표 뒤 주가가 급격히 떨어진 경우도 있다. 세아베스틸은 20일 물적 분할 발표 이후 전날까지 주가가 -14.12% 떨어졌고, NHN은 지난달 24일부터 -62.88% 폭락했다.
물적 분할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에도 화살이 돌아갔다.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오는 28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포스코의 물적 분할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앞서 포스코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센 상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액 주주의 이익까지도 보호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며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이 지주회사 할인율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도 이 같은 ‘쪼개기’ 상장을 규제하는 방안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전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물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 시,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했는지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긴축 공포로 코스피가 2700선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업별 악재가 겹치며 투자자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년간 평균 5조 원 안팎에 그쳤던 코스피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20년 12조 원으로 크게 늘었고, 2021년에는 15조4242억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 원에 그치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