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자기술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경기도 판교에는 관련 기업과 인력을 육성할 지원 센터도 마련했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양자암호 적용 사례를 늘리고 기술 표준화에 나서며 상용화를 위해 바삐 나아가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6일 경기도 판교 기업지원허브에 양자기술과 산업 간 선순환 구조 구축을 지원할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를 열고 양자기술 육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양자기술은 원자나 전자 단위 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컴퓨팅, 통신, 센서 등에 접목하는 기술이다. 초고속 연산 기술을 개발하거나 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데 쓰일 수 있어 미래 핵심 기술이자 전 산업을 뒤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정부도 ‘10대 필수전략기술’ 중 하나로 양자 기술을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양자기술 집중 육성을 위해 올해 양자통신과 센서, 컴퓨팅 등 핵심원천기술 개발과 인력양성, 기술사업화 등에 814억 원을 투자한다. 전년 투자 규모(488억 원) 대비 67%나 늘어난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투자를 기반삼아 양자인터넷을 위한 핵심기술개발과 첨단산업연계형 양자센서 개발, 50큐빗급 한국형 양자컴퓨터 개발 등 미래 양자기술을 선도할 연구개발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한 협력 구체화에도 나선다.
또한 이날 문을 연 양자산업 생태계 지원센터에서는 양자 핵심기술과 지원기술의 상용화를 도모한다. 국내 주요 대학 등과 연계해 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확보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동통신 3사도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SK텔레콤(SKT)은 이날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구축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SKT는 SK브로드밴드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양자암호 국책 과제를 대거 수주했다. SKT가 구축한 양자암호통신망은 총 8개 기관 9개 구간에 성공적으로 적용돼 있다. 대표적으로는 의료 부문에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고려대 정릉 K-바이오 센터 구간에 양자키 분배기(QKD) 기반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 제 3자의 탈취 시도를 무력화하는 암호키를 만들어 보안을 강화했다.
SKT는 정부의 뉴딜 과제 수행을 통해 의료, 공공, 산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암호통신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양자 생태계 활성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양자암호 하이웨이(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하민용 SKT 이노베이션 스위트 장은 “이번 정부의 뉴딜 국책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양자암호 기술 고도화와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국제표준화 활동도 지속적으로 선도해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서비스’의 공공·민간분야 검증을 마쳤다. 지난해 정부의 뉴딜 2차 과제 중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구축·운영 사업에 참여하면서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가 개발한 전송장비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주관한 2020년 1차 뉴딜과제에 적용한 기술에 국제표준 알고리즘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더해 알고리즘의 안전성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본 과제를 통해 고객 전용망에 실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상용화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LG유플러스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기업용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양자보안을 강화한 신규 서비스도 연내 출시한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은 “다가올 양자컴퓨터시대에도 안전한 통신망을 완성하기 위해 양자내성암호 서비스를 공공, 금융기관에 적극 확산시키고, 나아가 다양한 민간분야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KT도 양자암호통신 핵심 영역에서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KT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제안한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술 표준이 국내 표준안으로 최종 채택됐고, 양자암호통신 전용회선 상품화를 위해 서비스 품질 협약(SLA) 기준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 파라미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 KT는 20kbps 속도의 고속 양자암호통신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또한 동시에 4000개 암호장비에 양자암호를 공급할 수 있는 20kbps를 구현하고, ‘고속 단일광자광원 생성 모듈’과 ‘고속 양자난수 연동 인터페이스’ 등 핵심 부품도 개발했다.
이종식 KT 융합기술원 인프라DX 연구소장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미래 보안통신을 위해 기술독립이 필수인 분야”라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비대면 시대에 첨단 ICT 생활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양자암호 표준 개발에 집중하고 기술 역량을 키워서 다양한 응용 서비스도 계속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