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인플레에 바이든·파월 정책 기조 비판 커져
“2008년과 지금 경제 실상 다른 데 인플레 위험 과소평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2020년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의 부활에 이어 물가상승률 2% 초과를 일시적으로 용인하는 틀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연준이 밀어붙인 고압경제는 근거가 없는 오판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코로나9 사태 극복이라는 중책을 맡은 바이든의 고압경제 집착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 전개된 양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재정 투입이 불충분해 미국 경제의 정체 상태가 장기화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당시의 쓰라린 기억에 바이든과 연준이 고압경제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 후 한 달이 지난 지난해 2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지금은 크게 쓰고 크게 나아갈 때”라며 1조9000억 달러(약 2265조 원) 규모의 슈퍼 경기부양책을 역설했다. 2008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라고 닛케이는 해석했다.
파월 연준 의장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쓰라린 기억에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대담한 재정·통화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확실하다. 하버드대학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2020년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 이후 미국의 회복세는 매우 강력했다”며 “미국 경제는 대부분 사람이 1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나라에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당국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로 39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물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과거 판단을 철회한 지 오래다. 고압경제 정책 위험이 노출된 것이다.
미국 템파대학의 비베카난드 자야쿠마르 경제학 교수는 “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코로나19 위기 후 경제 정세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한 것이 정책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가계나 기업, 금융기관이 과잉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강요받아 수요 부족의 장기화를 초래했다. 반면 코로나 위기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제품과 서비스 공급이 수요 회복을 따라잡지 못한 것에 있다. 경제 실상이 이렇게 다른데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경기를 자극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자야쿠마르 교수는 꼬집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도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같은 ‘빈혈증’으로 진단한 것이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같은 장기 디플레이션이 퍼지는 것을 지나치게 경계한 것이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한 오판을 불렀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위험하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동향에 따라 경기회복 지연이 선명해질 수도 있다.
여전히 기타 고피너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두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호소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고(故)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디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으로 ‘약간의 인플레이션’ 실현을 목표로 삼아 저금리로 용이하게 돈이 손에 들어오는 ‘이지머니’ 상태를 만들면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인플레인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금융위기 경험에 사로잡혀 근거가 모호한 고압경제 정책을 밀고 나갔던 바이든과 파월은 희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던 볼커가 살아있었다면, 반드시 도움을 청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