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시행, 건설현장·중소기업 초비상

입력 2022-0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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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언제든 형사처벌의 위험에 처하게 된 기업인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제도와 기준의 미비로 기업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특히 사고 발생이 많은 건설현장과 준비가 안 된 중소기업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법은 기업에서 근로자 1명 이상 사망사고 등이 발행하면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법인 5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다만 종업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다른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고 과도한 기업인 처벌법이다.

문제는 중대재해의 기준, 안전관리 의무와 책임의 대상인 경영책임자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만 가득하다는 점이다. 경영자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과 안전 조치가 분명히 명시돼 있지 않고, 원청과 하청의 책임 구분, 사고 책임소재와 인과관계 규명도 확실치 않다. 그동안 경제계는 경영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고, 근로자의 과실로 발생한 중대재해 경우의 면책 등 보완입법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초비상 상태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안전관리 책임자를 새로 지정하거나 전담조직을 만들고 키우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산업재해의 90% 가까이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50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의 53.7%가 중대재해법 준수가 힘들다고 응답했다. 의무사항이 뭔지 잘 알 수 없고, 전문인력과 안전시설 확충의 여력이 부족한 점을 주된 애로로 꼽았다.

특히 재해 발생이 집중된 건설업의 두려움이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중대재해 사업장 576곳 가운데 60% 가까운 339곳이 건설현장이었다. 건설업계는 본보기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법 시행에 들어간 27일부터 설 연휴를 앞당겨 공사를 중단하거나 작업량을 줄인 곳이 잇따르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예고되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시행 후 문제점이 쌓이면 보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산업현장은 아우성인데 참으로 무책임하고 한가한 소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날 또다시 조속한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지나친 처벌 수위와 불명확한 규정으로 빚어지는 혼란이 크고 기업경영이 위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장에서 근로자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하루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국내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법 취지는 옳다. 그러나 사후의 기업과 경영자 처벌 강화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고 사전적 재해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중대재해의 주된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없다. 기업 현실과 동떨어져 지키기 어려운 법의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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