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소비자·자영업자 배달비에 분노하는데…라이더들은 ‘돈자랑?’

입력 2022-02-05 17:06수정 2022-02-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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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날. 코로나 시국이지만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날이니 만큼 ‘치맥’으로 기분을 내보려던 A씨는 배달앱을 켜고 깜짝 놀랐다. 소위 피크타임이라 불리는 시간대여서 배달료가 비쌀 것은 예상했지만 1만 원에 육박하는 배달료를 보니 선뜻 주문하기가 망설여졌다. 고민하던 A씨는 결국 배달앱을 닫았다.

A씨는 “그래도 주말이나 좋아하는 운동 경기가 있는 날에 치맥을 시켜 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최근 오른 배달료를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 배달을 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로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치솟는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음식값만큼 비싸진 배달료는 소비자들뿐 아니라 식당 주인들에게도 부담입니다. 사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갈수록 비싸지는 배달료 탓에 사먹기도, 팔기도 애매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남몰래 웃음을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달기사들입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TV에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고수익’을 인증한다는 배달 기사들의 사연이 올라옵니다.

4일 방송된 JTBC ‘다수의 수다’에는 한 배달 라이더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출연자는 배달 대행일을 하면서 2억 원이 넘는 빚을 단 1년 만에 청산하고, 전세자금까지 마련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어찌 된 사연일까요.

3년 차 배달 라이더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출연자는 “어릴 때 2억 원 정도 되는 외제차 포르쉐 파나메라를 리스로 뽑았는데 한 달 만에 전손처리가 됐다”며 “눈 오는 날 미끄러져 차가 망가졌고 2억 넘는 빚이 한방에 생겼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배달 대행일을 하면서 이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연자는 “배달 대행일을 하면서 2억이 넘는 빚을 1년 만에 청산했다. 일주일에 휴무가 하루인데 당시 휴무도 없이 1년간 일했고 하루 3~4시간 자며 생활했다”며 “지금은 전셋집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일한 만큼 벌 수 있냐’는 질문에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고 월수입은 500~600만 원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고수익’을 인증한 배달기사는 이 출연자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루 만에 40만 4400원을 벌었다는 라이더의 수익 인증샷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역삼동, 논현동을 중심으로 배달을 하는 이 라이더는 난해 12월 18일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한 달 동안 1304만 5371원의 수익을 올렸다며 자신의 수익 내역을 실제로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인근에서 열린 '배달의민족 임금교섭 승리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료 인상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기사들의 연이은 ‘고수익’ 인증에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배달기사들의 ‘고수익’이 가능했던 것은 높은 배달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높은 배달료가 배달기사들에게는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음식값을 올리는 결과까지 초래했다는 것이죠.

배달기사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배달료가 오른 것은 배달앱 업계의 무분별한 경쟁 때문이지, 배달기사와는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배달료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대형 배달앱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을 앞세워 선발 주자인 배달의 민족을 압박하자, 배달의 민족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그 결과 배달기사 1명이 서너 곳씩 묶어서 배달을 하다가, 1곳만 가야하는 상황이 펼쳐졌고, 배달료는 비싸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배달할 곳은 늘었는데 배달기사가 부족해지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배달료가 또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펼쳐졌죠.

결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배달앱 업계의 무리한 경쟁이, 배달료를 끌어올렸고 그 부담은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그래도 전가됐습니다.

배달기사들은 또 할 말이 있습니다. 온라인에 글을 올리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억 대 수입의 배달기사들은 일부일 뿐이며, 배달 과정에서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높은 몸값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영등포구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는 한 기사는 ”온라인에 올라온 글을 봤다. 하지만 그렇게 배달료를 받을 수 있는 건 강남 등 일부 지역이며, 배달료가 높은 시간대도 주말 피크타임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벌 수 있는 돈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자랑할 만큼 많은 것도 아니다“고 말합니다.

또 배달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 위험요소도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는 ”억 대 연봉을 거두려면 신호 위반은 물론이고 과속도 불사해야 한다“며 ”목숨값이 달린 것인데 대다수 기사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배달료 문제는 부족한 배달 기사 수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치솟는 배달료 문제 해결은 결국 배달 수요에 맞는 배달기사의 공급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배달기사를 무조건 늘릴 수도 없습니다. 최근 배달 시장 확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업계의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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