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드론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미국에서 계속된 한파로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움직임이 커지자 관련 상품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수익을 낼 여지가 많아졌다며 상장지수증권(ETN) 등 관련 파상생품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며 단기 투자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인버스 담은 개미...수익률 ‘-60%’ =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부터 현재까지 ETN 거래대금 상위 15종목에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레버리지(기초지수를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과 인버스(기초지수를 반대로 추종) 상품이 주를 이뤘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이다. 해당 상품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원유선물의 음의 2배를 추종하는데, 수익률은 -30.99%로 나타났다. 뒤이어 개미들이 사들인 ETN은 미국 WTI 원유 선물의 양의 2배를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이다. 급등한 원유 가격에 42.0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천연가스값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처참했다.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의 수익률은 각각 -59.93%, -60.14%, -60.25%를 기록했다.
배경에는 통제 불가의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있다. 국제유가는 2% 넘게 뛰면서 7주 연속 상승세를 달렸다. 4일(현지시간) 미국 WTI 3월 인도분 선물은 전장보다 2.26% 뛰어올라 배럴당 92.31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9월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미국 대륙을 강타한 눈 폭풍으로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했다. 겨울 한파에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16%가량 급등하면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3월물은 MMBtu(물 100만 파운드의 온도를 화씨 1도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외 요인이 만들어낸 현상...투자 유의해야 = “당장 눈에만 보이는 신데렐라 같은 단기 수익으로 인해 착각에 빠지지 말아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워런 버핏의 말처럼 ETN은 착각에 빠지기 쉬운 상품이다. 기초지수를 2~3배 추종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ETN은 원자재, 환율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시장 지수에 맞춰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점에서 ETF(상장지수와펀드)와 비슷하다.
중장기 투자로는 적합하지 않다. 기초지수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만 봐도 날씨 패턴에 따라 변해 가격 변동폭이 심하다. 이러한 특성은 투자자들의 손실을 일으키기 쉽다. 실제 2020년 4월에는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벌어지면서 많은 원유 ETN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당시 금융감독원도 과열 양상을 보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소비자 경보 ‘위험’ 등급을 발령했다.
최근 일어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미 연방준비제도(Fe·연준)의 금리 인상, 미국발 한파 등 대외적 변수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정부라도 이런 가격 변수에 개입할 수단은 많지 않기에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