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TO 결정은 2018년 2월 미국이 수입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3개월 후인 같은 해 5월 한국이 제소한 것에서 비롯됐지만 분쟁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풀 등 현지 업체들은 한국산 세탁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미국 정부를 압박하며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움직이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제품의 수입을 막기 위해 2012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최대 12.15%의 반덤핑관세(예비 판정)를 처음 부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를 피해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기자 미국은 중국 법인에 최대 111.09%의 반덤핑관세를 매겼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속적인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해 다시 해외 생산 공장을 옮기는 등 애를 썼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아예 수입산 세탁기 전체에 관세를 적용하는 세이프가드를 발효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LG전자는 같은 해 12월부터 테네시주에 세탁기를 생산하는 가전 공장을 가동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미 세탁기 상당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만큼 이번 WTO 판정이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자 업계는 세탁기 수입제한조치를 두고 10년간 진행된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잠재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탁기뿐만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다른 제품들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어 세이프가드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면서 "WTO의 이번 판정은 자체로써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기업들의 수출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WTO 판정의 실익은 없지만 미국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가전 업체들에 희소식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