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연 "국세청이 출제위원 선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검찰 수사 필요"
공무원 특혜 논란을 빚었던 세무사 시험이 부실답변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국회의원 질의마저 회피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시험에서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했던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는 의혹 해소를 위해 산인공과 국세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일 산인공과 세시연 등에 따르면 산인공은 최근 3년간 시험 출제위원 중 국세청 출신은 1명으로 현재 A 세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등으로 근무경력이 있던 모 법학전문대학원 B 교수가 2020년 세무사 1차 시험과 지난해 2차 시험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B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확인해줄 수 없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앞서 세시연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실을 통해 산인공에 최근 3년간 세무사 시험 출제위원 중 국세청 외부, 위탁, 자문위원이거나 위촉직 또는 무보수 위촉직 출신인 자, 국세청 산하부서 근무 경력자가 있는지 물었었다. 반면, 산인공은 출제위원들이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결국 세시연은 국세청 근무 경력이 있는 출제위원들을 찾아 나섰고, B 교수를 확인한 것이다.
세시연은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몇 명인지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무원 특혜' 시험 의혹을 제기하면서 출제위원과 국세청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치러진 2차 세무사 시험 ‘세법학 1부’ 과목에서 10명 중 8명이 과락(82.13%) 했는데 이 과목은 20년 경력 이상 세무공무원이 면제받는 과목이다. 특히,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이 237명(33.6%)에 달했다. 2020년 시험에서는 711명 중 47명(6.6%)에 불과했다.
세시연 관계자는 "국세청 출신 출제위원이 많을수록 현직 공무원에게 유리한 시험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에서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를 꾸려 시험 전반을 설계하는데 여기에 고위직을 비롯해 공무원 6명이 들어간다"며 "자격심의위원회가 출제위원 선발에 영향을 끼쳤는지, 문제 출제와 채점에 기준을 줬는지도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세시연을 비롯한 세무계는 지난해 공직 출신 세무사가 퇴임 직전 근무한 세무관서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 법률은 세무공무원들의 전관예우를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법안 통과 후 국세청 내부에서는 퇴직 후 세무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하는 인사적체도 오랜 불만이다. 세시연이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이유 중 하나다.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가 산인공 감사를 진행했고 현재 감사 결과를 법리 검토하는 중이다. 세시연은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 등 국세청도 함께 조사해야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권한이 없는 만큼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세무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등의 국가전문자격은 ‘평생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안정적 수입을 보장해주는 자격이다. 관련 공무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시험을 면제해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며 관련 규정을 철폐하고 별도 경력직 정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