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 매출 늘어도, 고용 증가세 둔화"… '고용없는 성장'

입력 2022-02-14 12:00수정 2022-02-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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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성장과 고용 간 관계: 기업자료를 이용한 분석' 보고서
소규모 서비스업이 특히 고용창출력 약해

(한국은행 보고서)

매출이 증가해도 고용 확대를 주저하는 경향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인 미만 소규모 서비스업에서 이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은 14일 '성장과 고용 간 관계: 기업자료를 이용한 분석'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2014~2016년 기준으로 기업 매출이 1%포인트(p) 오를 때, 고용은 0.31%p 상승했는데, 2017~2019년에는 1%p 매출이 증가할 때, 고용은 0.27%p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한은은 기업 단위 자료를 제공하는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를 이용했으며,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은 포함하지 않았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송상윤 과장은 "이 연구결과는 매출 증가에 대한 고용창출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최근 고용 민감도(매출증가율과 고용증가율 간 관계) 하락은 매출이 증가한 제조업 300인 이상 및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고용창출력이 크게 하락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매출 증가에 대한 고용 민감도가 절반 수준 (0.28%p→0.13%p)' 으로 떨어졌다. 이는 경쟁심화 등에 따른 가격결정력 약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 과장은 "경쟁 심화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 비용이 가격으로 전가되기 어려워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이 상승한다"며 "서비스업 가운데 숙박음식, 정보통신, 사업시설, 부동산업 등의 매출원가율이 높아져 매출이 늘어도 쉽게 고용을 창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매출이 늘어도 직원을 채용하기보다 기계장치에 대한 설비투자를 높이면서 고용 민감도가 낮아졌다.

(한국은행 보고서)

노동생산성 수준별로 고용 민감도를 보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고용창출력이 최근 들어 크게 약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고용창출보다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송 과장은 "고생산성 기업은 보통 노동보다는 자본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용 민감도가 낮게 나온다"며 "특히 300인 미만 서비스업 가운데 고생산성 기업들은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고용이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업 성장에 대한 고용 민감도 약화는 소규모 서비스업(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고용창출력 약화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정부의 신생기업 지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비스업 고용증가는 신생기업에 의해 주도되므로 신생기업 고용지원, 신생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창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분석 대상 300인 미만 서비스업 기업 중 업력 10년 미만 기업비중은 2014년 12.3%에서 2019년 6.9%까지 줄었다.

보고서는 서비스업 경쟁심화에 따른 고용창출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유도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R&D 지출 중 서비스업 R&D 지출 비중을 보면, 미국은 34.1%인데, 우리나라는 9.1%에 불과했다.

송상윤 한은 과장은 "혁신과 고용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업의 혁신활동이 고용친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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