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최대 실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더해지자 손보업계가 '백기'를 들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오는 4월에 자동차 보험료를 1.2% 내리기로 했다.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비슷한 수준의 인하폭을 검토 중이다.
삼성화재는 개인용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평균 1.2% 인하키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화재는 전산시스템 등 준비를 거쳐 4월 11일 책임 개시 계약부터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보험료율 검증에 따라 이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2020년 1월 3%대 인상 후 2년 만이다. 삼성화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차량 운행량이 줄고 사고가 감소함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고객과 나누고자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 및 정비요금 등 보험원가 상승 요인이 지속됨에 따라 그동안 보험료 조정에 신중했으나 대다수 국민의 고통이 가중하는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로 인한 손해율 개선 부분을 보험료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은 각사의 상품 구조가 거의 비슷하고 온라인(다이렉트) 판매채널의 가격 경쟁도 치열해 점유율 1위 삼성화재가 보험료 인하를 단행하면 주요 경쟁사들도 비슷한 폭으로 보험료를 잇달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대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85% 수준이다.
다른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비슷한 인하 수준을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인하폭과 반영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은 보험료 인하 압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이동량 감소 등으로 자동차보험이 흑자를 기록하고 손보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자 보험료를 인하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주요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6∼81.5%로 잠정 집계됐다.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 선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흑자가 코로나19라는 특이 상황에서 발생했고, 작년 말 정비 수가가 4.5% 인상됐으며, 지난 10년간 누적 적자액이 9조 원에 이르는 운영 실태 등을 고려할 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최근까지 보험료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5년간 자동차보험이 흑자를 낸 해는 2017년과 2021년뿐이며 2018∼2020년에는 손해율이 85.7∼92.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에는 보험료가 3.3∼3.5% 인상됐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와 금융사의 '역대급 실적 및 성과급 잔치' 등으로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손보사들이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