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지나가는 시민들이 옅은 황갈색을 띤 네모난 자동차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네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가자 가던 길까지 멈췄다. 성인이 천천히 걷는 속도로 전진하는 네모난 자동차. 바로 '자율주행 순찰 로봇'이다. 일부 시민은 "로봇이네"라며 가까이 다가섰다.
로봇은 자동차를 축소해 놓은 모습으로 앞뒤 두 개씩 전조등과 미등을 달고 있다. 옆에는 푸른빛을 내뿜는 UV 소독기도 있다. 밤이 되면 "잠시 후 조명이 소등될 예정이며 편의시설 운영도 종료됩니다. 안전하게 귀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음성도 나온다.
로봇이 공원 안전을 책임지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서울시가 광진구 어린이대공원과 송파구 탄천 둘레길에 '자율주행 순찰 로봇'을 배치하면서다. 자율주행 순찰 로봇은 이날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해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 업계는 시범운영을 계기로 관련 제도가 재정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율주행 순찰 로봇은 로봇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각종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다. 가로 751㎜, 세로 1102㎜, 높이 1077㎜ 크기로, 공공장소에서 사고와 범죄 등에 대응한다. 시민들이 야간에도 공원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순찰과 방역 업무도 수행한다.
크지 않은 로봇이지만 공공장소 순찰을 위한 기능은 제법 갖췄다. 시설 이용 시 주의 사항은 물론 퇴장 안내도 알려준다. 3m 거리에서 3㎝ 크기의 불꽃을 인식하는 등 화재를 감지하고, 의자와 시설물 소독도 할 수 있다.
김대허 서울시 스마트도시인프라팀장은 “어린이대공원에서 6월까지 시범운행 후 7월부터 정식운영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순찰 기능을 보완하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사람을 대신해 순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순찰 로봇은 신산업ㆍ신기술을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적용받았다. 보행안전법 등 관련 법에 따르면 로봇은 차에 해당해 보도(步道)에서는 운행이 불가능하지만 자율주행 로봇은 공원과 둘레길을 누빌 수 있다.
이번 시범운영은 서울시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관심사다. 향후 자율주행 로봇 저변 확대는 물론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는데 중요한 사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순찰 로봇을 개발한 업체인 도구공간의 김진효 대표는 "세계적으로도 야외용 로봇 상용화 사례가 많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2년 정도 로봇을 개발하면서 순찰과 자율 방역 기능을 수행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이번 시범운영에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