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 4인이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한 첫 법정 TV토론회에서 경제를 주제로 맞붙었다. 이날 토론회 주제가 경제 분야로 한정된 토론이었음에도 각 후보는 경제 관련 정책 공방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까지 나섰다. 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며 감정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격앙된 분위기 속에 상대 후보의 발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도 나왔으며, 황당 웃음을 짓는 후보도 있었다.
이날 토론 초반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경전을 벌였다.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서로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합의 처리된 코로나19 피해지원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시작부터 맞붙었는데 먼저 윤 후보가 “오늘(21일) 이재명 후보가 이번 선거 이후 코로나 대응 확 바뀐다고 선언하셨다. 마치 (이 후보가) 야당처럼 지금 정부가 마치 국힘정부가 되는 것처럼 하셨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또 한번 “야당 코스프레 할 게 아니라”라고 언급하며 심상정 후보에게 질문하자 이재명 후보는 “발언자를 당사자가 지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질문해봤자 본인 얘기만 할 게 뻔하다. 제3자(심상정 후보)에게 객관적으로 (듣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그게 바로 토론이다. 주장을 하고, 상대방의 답변을 듣는 것”이라며 “질문해놓고 답변을 못하게 하냐. 질문을 봉쇄하냐”고 따져물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관련해서 맞붙는 과정에선 뜬금없이 대장동 게이트가 언급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불필요한 사드를 추가 배치하면 경제적 혼란이 다시 올 것”이라며 “선제타격을 한다고 하니까 한반도의 리스크가 올라가 미국이 전쟁 위협을 걱정하고 있다”고 사드와 선제타격론 모두를 지적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하신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고 그것이 경제발전의 기초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며 대장동 게이트를 꺼내든 것이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손팻말’이 등장하고 ‘이재명 게이트’가 언급되며, 불편한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했다.먼저 윤석열 후보가 “언론에 연일 나오는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공금횡령 의혹에 대해 말씀을 왜 안 하시냐. 공무원들 마음이 다 떠나가고 있는데, 다시 조사하고 엄정하게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북돋아 주는 것이 경제발전의 기본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준비했는데, 안 보여 드리려다가 꼭 보여드려야겠다”며 손팻말을 꺼내들었다.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이라는 제목의 팻말에는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윤석열은 내가 욕하면서 싸우는 사람이야”, “윤석열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라고 해” 등 김만배 씨의 발언이 적혀있었다.
윤석열 후보는 “화천대유 어쩌고 하면서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통화한 녹취록을 말씀하시는데 그 사람들은 이 후보와 훨씬 가까운 측근이고, 저는 10년 동안 본 적도 없고, 정영학이란 사람을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내용이 없지 않느냐”며 “제가 듣기론 그 녹취록 끝부분을 가면 ‘이재명 게이트’란 말을 김씨가 한다는데 그 부분까지 다 포함해서 말씀하시는 것이 어떠냐”고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말을 끊자, 이 후보는 “규칙을 지키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왜 검사가 규칙을 안 지키나. 없는 사실 지어내 사람을 기소하고 그래서 사람이 죽고, 무죄가 많이 나왔나”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윤석열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디지털 데이터 경제’ 공약을 언급하며 “공약 핵심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과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답변이 다소 장황하게 길어지자 안 후보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건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는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보안 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안 후보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국가 데이터 공개는 데이터 산업과 인공지능의 가장 근본이다. (윤 후보가) 확실하게 이런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아서 그 점이 굉장히 우려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1555’(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경제 5대강국, 코스피 5000시대) 공약을 공격하며 ‘MB(이명박)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심성정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MB의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이후 15년 만에 외향적 성장목표를 제시해서 의외였다”며 “수출 1조 달러가 되려면 매년 2%씩 성장해야 하고,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되려면 7.4%의 성장을 해야 한다. MB 때보다 더 허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가 재벌 총수들과 만나 ‘파이를 키워 해결하는 방법’을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을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만든 전형적인 낙수 경제론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시는데 이렇게 성장만 외치는 것은 ‘MB 아바타’”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심상정 후보께서 제가 갖고 있는 계획이나 정책을 좀 자세히 안 보신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