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조직개편ㆍCSO 선임 등…안전관리 총력 다해도 사고 발생 불가피
업계 잇단 사과에도 "노동자들의 안전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 막기 어려워"
지난 21일 오후 2시 20분,
노동자 A씨는 강원도 동해시 쌍용C&E 동해공장 예열실 3층 관로 상부에서 철골 설치작업 중 3∼4m 아래로 추락했다. A씨는 추락 뒤 의식이 있어 동해 소재 병원에서 1차 치료를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오후 6시 수술이 시작됐으며, 오후 9시 45분께 숨을 거뒀다.
2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몸에 안전대를 차고 있었지만, 안전고리를 걸지 않아 추락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에 따르면 4명이 1개 조를 이뤄 작업하지만, 당시 A씨를 제외한 3명은 다른 장비를 나르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 있어 A씨 홀로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수의 현장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사고 당시 4인 1조로 작업이 진행 중이지 않았다.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3명의 노동자가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A씨는 스스로 작업을 재개하던 중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일 저녁 이현준 쌍용C&E 사장은 동해공장으로 이동해 현장 상황 점검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다음날 오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현준 쌍용C&E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사고 직후 전체 건설공사를 모두 중단한 뒤 추가적인 안전점검을 했다”며 “사고 직후 대표집행임원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있을 관계기관의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시공사 직원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쌍용C&E 임직원 모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분들의 상심과 어려움도 깊이 통감하면서 최선의 예우와 지원을 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쌍용C&E 추락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 12월과 2021년 5월에도 비슷한 추락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2019년 12월 크레인 수신호 작업 중 노동자가 20m 아래로 추락했으며, 작년 5월에는 크레인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0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해 쌍용C&E는 반복되는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실을 대표집행임원 직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단행했다. 최고 안전보건책임자(CSO)까지 선임하는 등 재해 없는 사업장 구현에 총력 기울였다. 구체적으로 홍사승 쌍용C&E 회장은 지난해부터 ‘안전 풀프루프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특별 안전강조 기간으로 정하고 ‘안전 관리감독자 근무 철저’, ‘공사 및 조업 현장 안전관리자 상주’, ‘안전 패트롤 강화’ 등에 나선 바 있다.
안전 관리 예산을 증액하고 현장 수칙을 만드는 등 총력을 다해도 산재는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시정조치 이행, 안전보건법령 의무 이행 관리(점검 및 교육)에 대한 내용 등이 골자다. 쌍용C&E는 관련 안전 체계를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C&E 추락사를 바라보는 중소 시멘트업계는 난감한 입장이다. 안정 관리에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중소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안전을 지켜도 노동자의 안전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내기 힘들다”며 “우리 같은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C&E는 사고 직후 공장 내 건설 작업을 모두 중단했다. 쌍용C&E 관계자는 “안전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예산도 늘리며 관련 설비를 투입했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인명사고가 발생해 유감스럽고 통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