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가 2600대로 주저앉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반대 매매 공포가 커지고 있다. 반대 매매란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샀을 때 해당 주식이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를 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반대 매매 급증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 주(21~24일) 하루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155억 원으로 전주(22억 원)에 비해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하루 200억 원 넘게 이뤄졌던 반대매매는 이번 달 들어 100억 원대로 줄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 수치는 폭증하는 모양새다.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북부, 남부 등을 공격해 다수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인 220여 명이 사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사력과 국가 인프라를 전시 체제로 전환하는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 근처까지 진격했다는 CNN방송의 보도도 나오면서 양국 간 전면전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탓에 우리 주식시장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 이달 2787.44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25일 4.13% 하락한 2676.76으로 마감됐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이번 달 7만5400원까지 올랐다가 등락을 반복해 71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4.64% 떨어진 수준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가면 반대 매매를 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본다. 대개 증권사들은 담보 비율을 140% 안팎에서 설정한다. A씨가 증권사로부터 50만 원을 빌린 후 자신의 돈 50만 원과 합쳐 100만 원의 주식을 산다고 가정하자.
이때 A씨의 잔고가 대출한 50만 원의 140%인 70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반대 매매로 A씨의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으로 빌려준 돈을 일부 회수한다. 이후에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이미 A씨의 주식은 처분된 상태라 A씨는 손해만 본다. 전쟁으로 코스피가 흔들릴 떄 반대 매매를 유의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반대 매매로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피의 하방 압력은 더욱 세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대 매매는 시장이 폭락하면 활성화된다”며 “현재 투자자가 주의해야 하는 건 반대 매매로 인한 코스피의 추가 하락”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