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연이은 악재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쌓여온 발행잔고에 더해 지수가 널뛰기하면서 조기상환 조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ELS 시장이 당장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ELS 발행 금액은 총 4조9833억 원(1월 2조3264억 원·2월 2조6569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가 약 3분의 2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ELS 발행금액(9조5500억 원)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지난해 4분기도 3분기(10조8300억 원) 대비 약 11.8% 감소했던 만큼 지난해 말부터 ELS 발행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조기상환에 실패한 ELS가 늘어난 것이 발행량 축소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ELS는 지수가 일정 수준(95% 또는 85% 등) 내에서 유지될 때 수익률이 보장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보통 6개월을 기준으로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재투자가 발행금액의 재원이 되는 만큼 조기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시장이 유지되는 구조다.
최근 ELS 조기 상환 규모는 지난해 대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초에는 매월 4조 원에서 7조 원 규모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0월부턴 계속 1조 원대다. 지난해 4분기 조기상환금액은 4조6400억 원으로 3분기 대비 54.5% 줄었고 1월 1조4900억 원, 2월 1조60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조기상환 금액이 줄자 재원도 줄면서 신규발행이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이달 들어 조기상황 실패 위험성은 급격히 높아진 상태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맞물리면서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ELS 발행 규모가 가장 큰 S&P500의 경우 지난해 7월 4300대에 진입 후 8월 4400대, 11월 4700대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1월 4300대, 2월 4200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두 번째로 큰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은 지난해 7월 4000선에서 11월 4400대까지 올랐으나 2월 들어 최근 3800대까지 떨어졌다. 세 번째 규모인 코스피200은 지난해 7월 420~430대에서 최근 340~350대까지 추락했다. ELS 미상환 잔액도 세 지수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매월 증가세다.
증권가는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ELS 시장도 당분간 악화할 거라 보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망가지는 바람에 당분간 조기상환 대거 실패가 예상된다”며 “이미 2월에 많이 실패했을 것으로 보이고 9월에 발행한 ELS가 조기상환 대상이 되는 3월은 증시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더 안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에 들어섰고 우크라 사태 이후 경제 제재를 하게 되면 제재 측도 피해가 없을 순 없으니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완화되면서 낙폭 회복이 있을 수 있지만 펀더멘탈이 약화할 수밖에 없어 ELS 시장이 빨리 회복할 가능성이 높진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