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시가전에 대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 중이다. 최근에는 ‘몰로토브 칵테일’이라 불리는 화염병을 직접 제조해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앞서 “화염병을 던져서라도 러시아군을 무력화해 달라”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부터 우크라이나 내에서 ‘화염병 제조법’ 검색량이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화염병 제조를 위해 빈 병을 공수하거나 모래주머니로 임시 방벽을 쌓아 러시아군에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있는 맥주회사인 ‘프라우다 브루어리’는 26일부터 맥주생산을 멈추고 화염병을 생산하기도 했다.
해당 화염병 라벨에는 벌거벗은 푸틴이 왕좌에 앉아 있는 그림과 함께 그에 대한 욕설이 러시아어로 쓰여 있다.
해당 맥주회사 소유주인 유리 자스타브니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진입하는 도로에서도 혼란을 주기 위한 정부·시민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키예프로 진입하는 보리스폴 고속도로 한 전광판에는 도로에 대한 안내 대신 “러시아 전함 꺼져(Russian warship, go ×××× yourself)”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이는 스네이크 섬에 주둔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가 러시아 측 항복 제의를 거절할 당시 했던 말로 우크라이나의 강한 항전 의지를 보이는 문구로 자리매김한 문장이다.
26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적을 혼란스럽게 하도록 도로 표지판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내 도로표지판을 설치하는 정부기관 ‘우크라브토도르’는 도로 표지판 철거에 나섰다.
해당 기관은 러시아어로 욕설이 적힌 표지판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합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시민이 러시아군 장갑차와 탱크 등을 노획했다는 제보 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등장하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우크라이나 농부가 러시아 탱크를 훔쳤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트랙터를 통해 탱크를 견인해가는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탱크 뒤에 적힌 ‘Z’ 문양을 통해 러시아군의 탱크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 군사 관련 저술가 스틴 미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두 우크라이나 남성이 러시아 장갑차를 소유하게 됐다”며 군용 장갑차 앞에 서 있는 두 남성의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SNS를 통해 연료 부족과 같은 사정으로 진격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군이나 버려진 군사 장비들의 사진·영상이 속속들이 게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탱크 노획 등은 녹록지 않은 러시아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자원입대하고, 민간인들도 총기 사용법을 배우는 등 총력전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5일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다. 당초 18~60세 남성에 한정됐던 소집 대상을 전체 연령대, 모든 시민으로 확대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국외에 있던 국민 중 일부가 입대를 위해 우크라이나로 돌아오기도 했다. AP통신은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약 2만2000명의 남성이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자원입대도 이어졌다. 특히 ‘미스 그랜드 우크라이나’ 출신인 아나스타샤 레나도 최근 전투복을 입은 모습을 공개하는 등 우크라이나군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소수자들도 동참했다. CBS 등에 따르면 최근 성 소수자들은 러시아군 침략에 대항해 기본적인 전투와 구급 기술 등을 익혀왔다.
NYT에 따르면 정규군을 제외하고 최근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침공 전부터 조직된 우크라이나 민병대 규모가 13만 명에 달한다. CBS는 이들이 러시아가 국가를 점령할 경우 성 소수자 차별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인 여성들도 총을 들었다. 줄리아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교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총을 든 채 눈물을 흘리며 “내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뿐이다”라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총을 사용할 줄은 아느냐’는 리포터 질문에 그는 “조금밖에 모른다”며 “이틀 전에야 배우기 시작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수도 키예프에 남아 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이 망명 제안을 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해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지지도 따라왔다. 27일 BBC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91%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스포츠 영웅들의 참전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키예프 시장으로서 전쟁에 참여 중인 비탈리 클리치코는 과거 2000년대를 대표하는 헤비급 복싱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치코 역시 헤비급 세계 챔피언을 차지한 바 있어 ‘형제 챔피언’이라는 특이 이력도 가지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 각각 페더급과 라이트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또 다른 복싱 전설 바실리 로마첸코도 최근 자원입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27일 로마첸코가 자신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빌호로드 드니스트로프스키 영토 방위대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격전이 벌어진 오데사와 멀지 않은 지역이다.
우크라이나의 항전 소식에 세계 각국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EU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등이 자금이나 군사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요청을 받고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웃 국가인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피란민들을 여권 없이 받고 있다. 피란민 보호소에는 폴란드 시민들이 보내는 옷가지나 생필품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28일 오전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전쟁 후 첫 회담을 하기로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해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27일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민간인 352명이 사망했고, 168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