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경선 제안, 테이블 위 올라오지 않았단 말 변명 안 돼"
"단일화 협상 과정, 진정성 발견할 수 없었다"
"정권교체 돼야 정권 잃은 세력 더 노력…민주주의 발전"
송영길·이준석 만나 상반된 반응…'일어나 웃고' vs '앉아 시무룩'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만남을 요구하면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사실상 무산된 야권단일화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안 후보는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아직 만날 의향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정치인들끼리 중요한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4일 사전투표를 앞두고 윤 후보와의 극적 만남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안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 협상에 임한 국민의힘 태도에 대해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국민경선 여론조사를 협상테이블에 올린 사실이 없다'고 한 국민의힘 반박에 대해 "제가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에 대해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 않았다는 그 말은 변명이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3주 전에 전 국민 앞에서 제안을 했지 않나. 저는 정당한 과정을 거쳐 야권 단일 후보가 뽑혀지면, 그것이 모든 지지자들을 다 결집시키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희는 어떠한 요구도 한 적이 없다. 저희들은 단지 그쪽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들으러 간 것 뿐"이라고 했다.
인명진 목사(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지지 철회 관련해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전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 제가 3주 전 단일후보를 뽑자고 제안을 했다. 그동안 어떤 답변도 듣지 못하가 사흘 전 연락이 왔다. 저는 그동안 왜 아무런 대답이 없었는지, 제가 제안을 했던 국민 경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답을 들을 줄 알았다"며 "거기에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에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기존 입장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앞서 인 목사 등은 "안 후보가 윤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권교체의 시대적 사명을 저버렸다"며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정권교체 대의에는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현재 대한민국이 정말 위기라고 보고, 현 정부의 잘못에 대해 따져야 한다. 그게 바로 많은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 아니겠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지 못한 정치세력은 국민 심판을 받아 정권교체가 되면, 또 정권을 잃은 세력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시 한 번 더 정권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또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세력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이라는 신념은 저한테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안 후보는 3·1절을 맞아 "다시 한번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지도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할 때"라며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들이 직접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서고 있다.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구하는 데 나서야만 한다. 저부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기념식에서 만난 여야 대표에게 상반된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만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하며 미소를 지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악수를 청하자 안 후보는 앉은 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국민의힘과 국민당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인 탓이다. 특히 이 대표는 그동안 안 후보를 겨냥해 "ㄹㅇㅋㅋ", "속 좁은 사람", "복장 터진다" 등이라 조롱성 발언을 내놓자 안 후보 측은 "배설로 쾌감을 느끼냐"고 발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