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을 다 썼던 어린이는 월급을 쏟아붓는 어른이가 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내 주머니의 선택은 언제나 너였다. 포켓몬빵.
노트 곳곳, 다이어리 곳곳, 책상 곳곳 소중하게 모아두고 채워뒀던 포켓몬빵 띠부띠부씰(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는 씰)이 돌아왔습니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말이죠.
1998년에 출시돼 유·초등생들의 쌈짓돈을 앗아갔던 그 빵. 등하굣길 문구점과 슈퍼를 방문하게 했던 마성의 존재. 포켓몬빵인데요. 왜 그토록 그 빵에 집착했던 걸까요. 그건 바로 그 빵이 품은 띠부띠부씰의 엄청난 존재감때문이었죠.
“스티커를 샀는데 빵이 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포켓몬빵은 출시 한 달 만에 500만 개가 넘게 팔렸는데요.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그리고 졸라대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까지 손에 넣고야 마는 초대박급의 수집품이었습니다.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세 전후의 아이 중에 띠부띠부씰을 모른다면 그 출신을 의심해봐야 할 수준이었죠. 2006년에 단종된 뒤 여러 번 제과업체 샤니뿐 아니라 SPC삼립에서도 출시됐는데요.
이번에는 ‘추억 소환’을 콘셉트로 재무장한 어마어마한 상품으로 돌아왔습니다. SPC삼립의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 1998년 첫 출시 그때 그 모습, 추억 속 그대로 말이죠.
지난달 말 전국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동시 출시됐는데요.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피카피카 촉촉치즈케익’, ‘꼬부기의 달콤파삭 꼬부기빵’, ‘파이리 화르륵 핫소스팡’, ‘디그다의 딸기카스타드빵’, ‘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 7종입니다.
빵 종류보다 중요한 포켓몬 띠부띠부씰은 159종으로 제품마다 무작위로 1개씩 들어있는데요. 1세대 포켓몬을 기반으로 구성됐죠. 그 당시 151개에서 8종이 추가됐습니다. 피카츄, 이브이,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잠만보, 뮤츠, 뮤가 각각 오리지널 일러스트 외에 1가지가 더 추가되어 2종류씩 출시됐는데요. 가격은 1500원. 23년 전 500원에 비해 3배나 비싸졌지만, 여전히 입고 즉시 동나고 있죠.
23년 전 그때보다 더 난리인 그 이유. 그때 용돈을 털었던 어린이가 월급으로 지를 수 있는 어른이 됐기 때문이죠. 든든한 총알 장전. 심부름 한 번에 빵 한 개를 손에 쥐었던 어린이의 추억으로, 100개를 한 번에 장바구니에 담는 현실의 어른이로 행복하게 맞이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 어른이가 나 혼자가 아니란 겁니다. 같은 목적으로 부단히 포켓몬빵을 얻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편의점과 마켓에 입고되는 시간을 알아낸 뒤 입고 즉시 싹쓸이해가는 멋진 이들이 넘쳐나고 있죠. SNS를 통해 재고가 남아 있는 매장 위치를 공유하는가 하면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주고 띠부띠부씰을 사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는데요. 띠부띠부씰만 빼고 남은 빵을 무료나눔 하겠다는 다정함(?)도 밀려있는 중입니다.
1998년 당시에도 띠부띠부씰을 취한 뒤 빵은 버리는 일이 빈번해 뉴스에까지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죠. 그 규모는 더 상당해졌습니다.
사재기 논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빼돌리기 논란’까지 불거졌는데요. 지난달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만 700장’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재출시된 포켓몬빵의 띠부띠부씰 700장을 장당 8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죠. 글쓴이는 “몇 주 동안 매일 이렇게 몇백 개씩 들어오는데 정리 감당이 안 됩니다”라고 적었는데요. 빵을 산 것이 아닌 띠부띠부씰만 얻었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편의점 빵 판매대 붙은 웃지 못할 안내문도 화제가 됐는데요. “손님, 꼬집고 뒤집어 보셔도 스티커 안보여요. 빵 망가진단 말이에요. 운에 맡기고 골라주세요”라는 글이었습니다. 원하는 띠부띠부씰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애처로운 노력이자, 편의점 알바생들의 안타까움 외침 그 자체였죠.
1일 유튜브 채널 ‘승우아빠’에서는 실시간으로 포켓몬빵 167개 언박싱이 방송됐는데요. 주요 포켓몬을 얻고 싶던 승우아빠의 간절한 마음을 뒤로한 채 설치류들의 대거 등장으로 절망하는 모습이 만인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원하는 다양한 종류의 띠부띠부씰을 얻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는데요. 상자 단위로 사거나 같은 판매점에서 산 빵에서 중복 씰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되도록 상자 단위로 사지 않고 빵은 같은 종류보다는 다른 종류끼리 거기에 유통기한이 다른 것들로 고르는 것이 중복을 줄이는 방법이죠.
포켓몬빵의 엄청난 인기에 SPC삼립도 신이 났는데요. SPC삼립은 전날보다 7.3% 오른 9만200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한때 9만1800원까지 오르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하루 1만 주 정도 거래되던 SPC삼립은 이날 하루 거래량이 15만 주를 넘어섰죠.
띠부띠부씰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있지만 빵 맛도 더 맛있어졌다는 평가도 받는데요. 맛도 내용도 거기에 추억까지 다정하게 다가온 포켓몬빵.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려 어린시절 제 모습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