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의 그늘… 여전한 계층 양극화

입력 2022-03-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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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격차는 여전
차기 정부 중요 과제, 양극화 문제 해결

(이투데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2017년 3만 달러 진입 이후로 4년 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수년 내 4만 달러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났지만, 계층 간 소득 양극화의 그늘은 여전하다. 늘어난 소득을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도 늘었다. 양극화로 계층이동 사다리마저 완전히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성장과 더불어 양극화 해소는 차기 정부에서도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 3만5168달러… 전년비 10.3% 증가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작년 연평균 환율 기준 4024만7000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만1881달러)보다 10.3%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뒤 2018년(3만3564달러)과 2019년(3만2115달러), 2020년(3만1755달러), 2021년(3만5168달러)까지 5년째 3만 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등하며 3만5000달러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전반적으로 낮은 물가(GDP 디플레이터)와 원화 절상의 영향으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4.3%)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과 원화 절상으로 1.1% 줄면서 2년 연속 뒷걸음친 바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건 명목 국민소득이 지난해 6.4% 성장한 가운데, 매매기준 일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44.4원으로 전년(1180.1원)보다 3.0% 하락한 영향도 컸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994년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12년 만인 2006년 2만 달러를 넘었다. 다시 11년 후인 2017년에는 3만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3만5000달러를 넘으며 수년 내 4만 달러 달성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코로나19 극복 이후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좁혀지지 않는 소득 양극화

1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소득 양극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4분기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6% 넘게 늘었다. 1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다만 소득별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재난지원금 등 효과가 사라지면서 직전 분기보다 다소 나빠졌다.

1분위 소득증가율은 작년 3분기 21.5%에서 4분기 8.3%로 줄었고 2분위(12.0%→6.0%), 3분위(8.6%→6.9%), 4분위(7.6%→5.3%)도 3분기보다는 소득 증가율이 낮았다. 5분위는 3분기 5.7%에서 4분기 6.9%로 소득 증가율이 확대됐다.

1∼4분위 소득증가율이 작년 3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국민지원금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또 국세청의 소득 100분위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10%의 소득(비과세 근로소득을 제외한 총급여 기준)을 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10분위 배율은 2019년 40.8배에서 2020년 42.4배로 벌어졌다.

소득 양극화는 근로소득 지니계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니계수는 소득이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2010년 0.511을 기록한 이후 2016년 0.467, 2019년 0.444로 매년 낮아졌지만, 2020년 0.446으로 소폭 올랐다. 그동안 개선되고 있던 소득불평등 추세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다시 악화된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고, 정부 지원 늘려야"

전문가들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 지원은 물론이고, 하위 소득자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년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일자리마저 양극화가 심해졌다.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질적인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산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근로소득이 높아야 한다"며 "정부의 공공 일자리나 아르바이트 자리보다는 임금 수준이 높은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소득 증가의 체감 정도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는 기업들의 수출 부문에서 상당 부분 이뤄졌고, 기저효과와 환율 효과도 있었다"며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양극화는 최근 4~5년간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자산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로도 확대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제했다.

우 교수는 이어 "시장 소득 격차는 우리나라와 스웨덴이나 크지 않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포함된 가처분 소득에서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재정지출이 논의됐지만, 재원을 위한 조세정책 논의는 없었다"며 "소득격차 줄이기 위해선 조세와 이전지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국가연구단 여유진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K자 양극화 현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제도 구축, 정년 연장과 노인 일자리 확대, 여성 연금 수급권 강화, 다양한 가구 유형과 근로 형태를 배려한 새로운 복지제도의 구상 등 통합적·체계적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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