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치 1번지' 종로, 보궐선거 민심은…"낙후된 경제 살려야"

입력 2022-03-08 15:1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7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를 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민지 수습기자 handmin@)

"종로 국회의원이 할 게 뭐가 있나요?"

창신동에서 꽈배기 가게를 운영 중인 강민기(68) 씨는 보궐선거 당선자에게 기대하는 게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강 씨는 "아무래도 대선에 더 눈이 간다"며 "정치 1번지도 옛말이라 보궐선거에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서울 종로구에서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는 상징적인 장소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등이 종로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만난 다른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선과 함께 열리는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다만 종로를 잘 아는 사람이 당선이 돼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보궐에 기대감 낮아…유세에도 반응은 '시큰둥'

창신 2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대선 후보는 바로 결정했지만, 재보궐 후보는 못 정했다"며 "그간 종로 국회의원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게 없는 걸 보면, 이번에도 뽑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하소연했다.

숭인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임 모(66) 씨도 "사전투표를 했지만, 바라는 건 딱히 없다"며 "노후대책만이라도 잘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내에서 청과가게를 운영해 온 이정주(59·가명) 씨도 "사실 후보들도 잘 모른다"며 "그나마 가게에 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궐 유세 활동에 대한 반응도 시큰둥했다. 동묘앞역부터 동대문역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엔 재래시장을 방문한 주민들로 북적였다. 후보들은 정치 1번지 종로의 미래를 바꾸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주민들 대다수가 유세 현장 앞을 빠르게 지나쳤다.

손사래를 치며 지지자들의 인사를 거절하는 이들도 보였다. 한 유권자에게 거절 이유에 관해 묻자 “보궐은 잘 모르겠어서”라며 현장을 피하기 바빴다. 후보가 유세차를 타고 반갑게 인사하면 주민 대다수는 피하기 바빴다.

과거에만 '정치 1번지'…"대선 위한 교두보 느낌"

▲7일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김채빈 수습기자 chaebi@)

주민들이 이번 보궐선거에 부정적인 이유는 종로가 '정치 1번지'로서 매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40년 넘게 종로에 거주했다는 홍 모 씨(59)는 "역대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종로구는 총선 때만 되면 유권자를 위한 여·야 공약이 쏟아졌었다"며 "지금은 이런 공약은 온데간데없고 '정치 1번지' 타이틀을 탐내는 속셈만 보이니 보궐도 기대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암동에 거주 중인 정 모 씨(27)도 "정치 1번지란 말이 대선처럼 더 높은 자리에 가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되는 느낌"이라며 "이번에도 이낙연 의원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종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하는 선거 아닌가. 이는 동네 발전엔 좋지 않다"고 했다.

보궐선거 큰 관심은 없지만…"정권교체" vs "종로 잘 아는 사람"

이날 오전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두던 3명의 노인은 장기짝을 옮기며 정권교체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종로구 인의동에 15년째 거주하는 김중필(82·가명) 씨는 “지금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다"며 "종로부터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렇게 말하자 주변에 있는 다른 노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종로가 바뀌어야지!"

탑골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종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변화를 주도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16~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19~21대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면 종로는 10년 만에 보수당이 승리하게 된다.

보궐선거에 관심 있는 유권자는 정권교체에 목소리를 높였다. 종로구 관훈동에 25년간 거주한 김덕주(69) 씨도 "코로나로 인해서 그동안 너무 어려웠는데, 서민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뽑혀야 한다"며 "종로부터 시작해 정권교체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청와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삼청동은 종로구를 잘 아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탈당한 김 후보가 그 예다. 그는 2010년부터 제 33~35대 종로구청장을 지냈다.

삼청동에 30년 넘게 거주한 김희병 (74·가명)씨는 “코로나 같이 힘든 시기를 문재인 정부라서, 민주당이라서 잘 이겨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민주당을 지지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인물도 정책도 '글쎄'…"낙후된 종로 경제 살렸으면"

시민들은 종로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실제로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0명이다. 여느 총선 때와 비교해도, 종로에 처음으로 출사표를 낸 정치 신인들이 많다.

종로 유권자들은 지역구 경제를 활성화할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창신동에 거주 중인 황 모 씨(48)는 "다른 구에 비해 비교적 작고, 낙후된 종로 경제를 살리는 국회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종로를 살리길 바라는 시민도 있었다. 이희주(33) 씨는 “나는 구청 일로 경험을 쌓고, 종로를 제대로 아는 믿을만한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