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전에 협의된 내용 아냐”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폴란드의 이러한 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날 자국 공군이 운용하던 28대의 미그-29 전투기 전량을 독일 주둔 미국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미국의 처분에 맡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다른 회원국들에도 미그-29 전투기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다룰 수 있는 러시아제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대신 미국이 폴란드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지원 방식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러시아산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그-29 전투기는 우크라이나가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데다, 폴란드가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제공 등 공군 지원을 전쟁 개입으로 간주하고 지원국가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폴란드의 결정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폴란드의 미그-29 제공은 '뜻밖의 행동'이라면서 "내가 알기로 이 항공기들을 우리에게 넘긴다는 건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 동맹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충돌에 직접 당사자가 아니므로 전투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지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 정부의 처분에 맡겨진 전투기가 독일의 나토 기지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는 건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란드가 보유한 항공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길지는 궁극적으로 폴란드 정부가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그-29기 지원이 큰 효과를 발휘할지는 회의적인 여론이 많다. AP통신은 "이 조치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공되는 미그-29기 숫자가 많지도 않고, 현재 러시아가 가동하는 전투기에 비해 성능도 떨어져 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