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장 연산 23만 대 소형차 생산
현지 배정 반도체 유럽ㆍ국내 이관 검토
현대차 “생산 최적화ㆍ효율성 따질 것”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중단’을 연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부품공급에 차질이 이어진 탓에 사실상 러시아 공장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는 ‘생산 최적화’와 ‘공정 효율성’을 위해 러시아 공장에 배정된 반도체 물량 일부를 유럽과 국내 공장으로 일시 이관을 검토하고 나섰다.
9일 재계와 현대모비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가동중단 연장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공장의 부품 재고를 파악하는 한편, 러시아에 배정된 차량용 반도체의 타 공장 이관을 검토 중이다.
앞서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지난 1∼5일 사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이날(9일) 재가동을 예고했으나 부품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가동중단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가동 중단이 지속할 경우 현지에 배정된 주요 부품의 타 공장 이관 또는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며 “주요부품의 공급난이 확산 중인 만큼 ‘생산 최적화와 공정 효율성’을 기준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본격화됐다. 러시아에 대한 항공·해운 길이 막히고 있어 자동차용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부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현지전략형 콤팩트 세단 솔라리스(엑센트)를 비롯해 소형 SUV 크레타 등을 생산해 왔다. 규모는 연산 23만 대 수준이다.
이 공장 가동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주요 부품은 유럽과 국내공장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커졌다. 생산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공장에 핵심 부품을 보내 생산 최적화를 추진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시장별 재고 부족과 이에 따른 출고 적체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완성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100여 개가 필요하다. 레벨 2.5수준의 자율주행보조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첨단 편의장비가 추가될 경우 최대 400개 넘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러시아 공장에 보낼 반도체를 유럽과 국내 공장(미국 수출형 생산라인)으로 재배치하면 주요 시장의 출고적체를 소폭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정 효율성을 위한 주요 부품의 재배치는 일상적인 생산 전략 가운데 하나”라며 “러시야향 반도체의 타 공장 이관은 (러시아)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온 다양한 대안 가운데 하나일 뿐, 확정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