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대비 최대 70% 감소
금융조사회사 레피니티브 분석 결과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1주일간 러시아에서 유조선을 통해 수출된 원유량이 하루 100만 배럴에 불과했다. 1월의 300만~400만 배럴 대비 60~70% 감소한 수치다.
특히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대폭 감소했다. 하루 50만 배럴로 1월 대비 최대 80% 급감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행 유조선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급감은 가격에도 반영돼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북해산 브렌트유에 비해 20%가량 싸졌다.
지금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한 국가는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됐다. 미국은 8일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물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 금지 결정을 발표했다. 서방사회는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면서도 에너지 결제 수단은 남겨뒀다. 러시아 원유 공급 중단이 몰고 올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전 세계 수출량 가운데 11%를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조처에도 러시아 원유 수출이 급감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자발적 거래 중단이 자리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서방사회의 대러 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는 7일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영국 에너지 기업 쉘도 러시아산 석유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운업체들도 러시아 운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 급감으로 재정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원유는 러시아 수출의 60%, 국가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수입원이다. 원유 수출량이 70% 줄면 전체 수출량이 3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보유고에 쌓아왔다. 그러나 서방사회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보유고를 동결했다. 원유 수출 수입까지 급감하면서 러시아 외화 부족 상황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러시아 은행들의 루블화 외화 환전을 앞으로 6개월간 중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