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청년들을 꿈꾸게 하는 나라

입력 2022-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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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드디어 말 많고 탈 많던 대선이 끝났다.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보내며 선거기간에 극한으로 치달았던 사회분열을 치유할 시점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와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창궐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높은 투표 열기는 다시 한 번 새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 미래의 청사진은 다양할 것이지만, 대학생 자녀가 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필자에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라 할 것이다.

지금은 줄거리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1997년 봄에 개봉했던 영화 ‘비트’로 온 나라의 청춘들이 열광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주인공을 맡았던 정우성 배우가 심야 시간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양팔을 벌리고 나지막이 읊조리던 대사가 그 유명한 ‘내겐 꿈이 없었어’였다. 꿈이 없는 청춘은 불행을 의미하던 시대, 그리나 곧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의 엄혹한 현실에서 이 땅의 청년들은 꿈을 사치스럽게 여기기 시작한 것 같다. 청년은 이 나라의 미래이건만, 한국 복지국가의 확장 과정에서 청년층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하려면 어떤 정책적 수단들이 필요할까? 윤석열 당선인과 차기 정부에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청년에게 현금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복지국가의 역사를 보면 현금을 지원하는 사회보험 가운데 실업급여가 가장 늦게 도입되었다. 노동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에 대한 현금 지원을 주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팔팔한 청춘들에게 복지라니? 그러나, 대학만 졸업하면 일자리가 주어졌던 ‘꼰대’들의 고정관념으로 청년들을 판단하기에는 지금의 노동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청년들에게 일정 기간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 즉 노동의 압박으로부터 한동안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준다는 의미이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임으로써 선택하는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숨통을 열어준다는 면에서 청년에 대한 현금 지원 정책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청년을 위한 세심한 주거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청년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고 주거 공유의 대안을 확대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많은 재원이 소요되지만 혜택받는 청년들은 소수이다. 다수의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 대학 근처에, 혹은 입사를 앞두고 회사 근처에 방을 구할 때 자신들이 내던져진 세상의 높고 혹독한 벽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플랫폼에서 본 원룸의 이미지와 가격은 앱에서만 존재하던 것이기에. 청년들이 방을 구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지자체나 부동산 공기업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거래 경험이 풍부한 어른들이 방을 구하는 청년들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아이디어에도 그리 큰 재정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셋째,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하고 대학생 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이미 OECD 평균을 넘어섰지만,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10년이 넘도록 대학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의 재정 여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이는 고등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 청년들의 미래도 없다. 나아가 대학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는 시기에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창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여기에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더해 주자. 흥과 끼, 창의력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대학생들에게 판을 깔아준다면 세계를 뒤집어 놓을 새로운 기업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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