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가 상승, 기대인플레이션 높이고 물가오름세 확산"

(사진제공=한국은행)

최근 13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끌고, 결국 글로벌 물가오름세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3일 국제경제리뷰 '국제유가 상승이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1월 중 미국과 유로 지역의 소비자물가가 각각 전년동월대비 7.5%, 5.1%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1982년 2월 이후, 유로는 1997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다.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에너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높아져서다.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미국은 2008년 2분기 이후 최고치인 4.9%, 유로 지역은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치인 7.0%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기업 및 가계 등의 경제주체들이 현재 보유한 정보 하에서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임금 협상, 가격 설정 및 투자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종적으로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요한 경제 지표 중의 하나로 취급된다.

한은은 과거 유가 급등기와 같이 에너지 가격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유가 충격 발생 시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유가 충격에 반응하는 정도는 유가 수준이 높을수록, 유가 상승충격이 지속적일수록 크다는 분석 또한 내놨다.

기준선은 유가 30달러다. 유가가 30달러 이하면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그 이상이면 보다 크게 반응했다.

한은이 분석한 최대반응 기준 유가가 120달러 이상이면 유가 10% 상승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미국은 평균 0.3%포인트(p), 유로 지역은 0.5%p 상승했다.

유가 상승충격이 얼마나 지속됐는지도 유의미한 분석요인이라고 꼽았다. 과거 4분기간 유가 상승충격이 지속됐을 경우 유가 10% 상승 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미국은 0.4%p, 유로 지역은 0.6%p 상승했다.

더불어 주요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착되지 못할 경우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공급 차질을 겪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겹치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보다 커진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에 빠질 경우 기업의 가격결정, 노동자의 임금협상 등을 통해 글로벌 물가오름세가 확산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